다주택자들 이제 보유세 '촉각'…고정수입 없는 퇴직자 우려감↑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12.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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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보유세 강화 향방에 이목…"무주택자 지지여론 높지만 조세저항도 거세"

다주택자들 이제 보유세 '촉각'…고정수입 없는 퇴직자 우려감↑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에 뒤이은 보유세 강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은 매도를 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라는 정부의 강경한 시그널에 다주택자들이 받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버티기로 일관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적용되는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늘어나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다. 특히 고정소득이 없는 은퇴자, 고령층 다주택자들은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14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방안'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은 주거안정 대책의 마지막 남은 고강도 카드로 손꼽히는 보유세 강화 여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 자체는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6억원 초과 주택 세금감면 확대나 건강보험료 대폭 인하가 반영되지 않아 서울 등 주요지역에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수도권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다수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혜택보단 세금을 더 부담하더라도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단계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겠다고 예고한 데다 보유세 인상 카드가 남아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거주용을 포함해 서울 역세권에 아파트 3채를 보유한 자산가 A씨는 "보유세 얼마 더 내는 것을 걱정한다기보다는 세금 부담을 못이긴 사람들이 집을 내놓다 보면 집값이 떨어지고 사겠다는 사람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최근 3년 정도 집값이 껑충 뛴 건 맞지만 팔아서 차익을 실현한 게 아니기 때문에 매년 현금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피부로 와 닿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근로소득 같은 고정수입이 없는 은퇴자 등 고령층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주택 자체의 자산가치가 높고 집값 인상폭도 컸지만 당장 매년 세금으로 낼 목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아 갑자기 수천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던 고령층들이 목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며 "이번 보유세 강화 논의가 당시를 떠올리게 해 저항이 꽤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의 경우 다주택자뿐 아이라 1주택자도 함께 부담을 떠안아야 해 고가 전세 거주자와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는 등 갈등의 여지도 적지 않다. 때문에 보유세를 건드리는 대신 종합부동산세를 손보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주택자들 이제 보유세 '촉각'…고정수입 없는 퇴직자 우려감↑
반면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강남 일부 단지에선 단기 과열 양상이 또 다시 나타나는 등 보유세 강화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집값 안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3주택 이상 보유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보유세를 매겨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여론도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집값이 완만하게 상승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장이 계속 들썩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다수 여론이 지지하는 보유세 강화 방안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장 11월에도 강남 아파트 단지들이 한 달만에 1억원씩 시세가 껑충 뛰는 상황이라 보유세 카드는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불씨"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궁여지책으로 자녀에게 증여를 서두르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아파트 실거래 신고에서 강남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손바뀜이 일어나는 거래 일부가 자녀 증여용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중과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에 이어 보유세 강화 여부가 내년 시장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만으로도 시장은 충분히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큰데 보유세 강화는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시장 변화와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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