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00% 폭등’…새롬기술 '버블'보단 작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1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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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02>역대 버블 3총사 비교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트코인 ‘1000% 폭등’…새롬기술 '버블'보단 작다


“비트코인이 11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한 때 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 1000달러에도 못 미쳤던 가상통화 비트코인이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11개월 동안 무려 1000%(11배)가 넘게 폭등한 것이다.

7년 전 6센트의 가격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1833만3000%(18만3000배)가 넘는다. 만약 7년 전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재산이 지금 1830억원으로 불어난 셈이다. 이쯤되면 비트코인이 지금껏 역사에 기록됐던 그 어떤 버블보다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먼저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버블로 기록됐던 새롬기술과 비교해보자. 새롬기술은 1999년 말에서 2000년 초 사이에 한국 증시를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했던 전대미문의 종목이었다.

1999년 8월 13일 2만3000원의 공모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새롬기술은 1999년 10월 4일부터 52거래일 동안 정확히 4900%(50배) 상승했고, 기업공개한 지 6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1만2900%(130배) 폭등했다.



당시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20여 일만에 주가가 20배, 4개월 만에 90배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특히 1999년 11월 11일 처음 거래된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은 상장 후 하루도 빼지 않고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동특(현 리드코프)은 2000년 1월 20일부터 40일 연속 상한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40일 연속 상한가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코스닥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2%였으니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5거래일 동안 1600%(17배) 오른 것이고, 동특은 40거래일 만에 9200%(93배) 오른 셈이다.


따라서 단기간만 따져보면 비트코인의 올해 상승률 1000%는 새롬기술의 1만2900%에 10분의1도 못 미치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동특에도 크게 뒤진다.

하지만 장기간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새롬기술의 원천이었던 다이얼패드가 2001년 12월 미국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장된 지 2년 반 만에 증시에서 사라졌고, 동특은 최고가를 기록한 그해 말 최고가 대비 99% 폭락 마감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7년 넘게 생존하며 18만3000배가 넘게 뛰어 올랐다. 그리고 현재 1만 달러에서 앞으로 4만~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비트코인의 장기 상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미국 온라인 브로커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즈(Interactive Brokers)의 토마스 피터파이(Tomas Peterffy) 회장은 지난달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전면광고를 싣고 “비트코인이 앞으로 7만 달러까지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포트리스(Fortress)의 전 매니저인 마이클 노보그래츠(Michael Novogratz)는 지난달 2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내년 4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가의 투자 전략가인 톰 리(Tom Lee)도 지난달 29일 cnbc에 나와 “가상통화가 젊은 세대에겐 ‘디지털 골드’(digital gold)에 해당”된다며 “10만 달러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10만 달러까지 오른다면, 10배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까지의 폭등만으로도 비트코인이 “사기(fraud)다”, “투기(speculation)다”, “버블(bubble)이다” 등과 같은 말이 많은데 앞으로 10배나 추가 상승한다면, 무슨 말이 더 나올지 상상이 안 간다.

다음으로 글로벌 증시 역사상 첫 번째 버블 사태로 기록된 1720년 영국 사우스씨(South Sea) 버블을 살펴보자.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 경(Sir Isaac Newton)도 사우스씨 주식에 투자해 전 재산의 90%를 날렸듯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닥터 둠’으로 알려진 마크 파버(Marc Faber)의 'The Gloom, Boom & Doom' 리포트에 나온 사우스씨 주가 그래프를 보면, 1720년 초 128파운드에 불과했던 사우스씨 주가는 그해 6월 100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6개월 새 700%(8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주가 폭등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7월부터 주가 폭락이 시작, 그해 말까지 이어졌다. 결국 1720년 말에는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증시 역사상 첫 번째 버블 사태로 기록된 영국 사우스씨 버블도 단기적으론 비트코인의 폭등을 앞서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 외에도 역사에 기록된 버블은 더 있다. 미국의 주식 리서치회사인 비리니어쏘시어츠(Birinyi Associates)는 지난달 30일 사우스씨 버블을 포함해 역사상 톱 10 버블과 비트코인 폭등을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필적할 만한 것으론 1719년 미국의 미시시피 버블(Mississippi bubble)과 1999년 미국의 퀄컴(Qualcomm) 주식 폭등을 꼽을 수 있다.

미시시피 버블은 1719년 미시시피 회사 주가가 그해 30배(2900%)나 뛰어 오른 사건이고, 퀄컴은 1999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1년 간 2650%(27.5배)나 폭등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새롬기술의 1만2900%엔 미치지 못한다.

한편, 역사상 최초의 버블 사건으로 알려진 160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마니아(Tulip mania) 사건에 대해선 신뢰할 만한 지수를 구할 수 없다며 비리니어쏘시어츠는 이번 비교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얼 톰슨(Earl Thompson) UCLA 경제학 교수는 지난 2006년 발표한 "The Tulipmania: Fact or artifact?" 논문에서 여러 자료를 토대로 1600년대 당시 네덜란드 튤립 가격을 지수화해 추정한 바 있다. 톰슨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튤립 가격은 1636년 11월에서 1637년 2월 초까지 3개월 간 약 1만9900%(200배) 오른 것으로 나와 있다.

결국 비트코인 버블은 단기적으론 역사상 최대 버블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나 장기적으론 역사상 손꼽히는 버블을 모두 뛰어넘은 사상 최고의 버블로 기록된다. 과연 앞으로 비트코인의 버블 기록을 깰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트코인 버블이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역대 모든 버블은 결국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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