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소설 속 '그' 장면을 찾는 여행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10.1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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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다정한 여행의 배경'…작품의 무대를 찾아가는 어떤 여행

영화와 소설 속 '그' 장면을 찾는 여행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 속 첫 문장 중 하나로 꼽히는 구절이다. 눈앞에 새하얀 눈밭에 하나의 직선처럼 그려놓은 기차, 그리고 희미한 불빛이 그려지는 듯하다. '상상'이 아닌 실제 '여행'이라면 어떨까.



'다정한 여행의 배경'은 '대리만족'이 가능한 여행서다. 평범한 IT 회사원인 저자는 바쁜 일상 속 짬을 내어 책과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고 때때로 그림까지 그린다. 이 책은 느릿느릿 여행한 5년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스스로 '배경여행가'라 부르며 특별한 감동을 받았던 작품 속 배경을 여행한다.

저자는 빈센트 반 고흐가 보낸 편지 속에 자주 등장하는 프랑스 남부 아를의 광장과 카페를 방문하고, 영국 바스에서는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몸을 던진 풀터니 다리 위에 올라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각각의 여행기는 작품과 여행지에 대한 짧은 단상에 가깝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부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포레스트 검프'에 이르기까지. 40개 작품 중에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장소 하나쯤은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치밀하게 계획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본전' 여행이 아니라, 마음을 울린 한 장면을 위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다정한 여행의 배경=이무늬 지음. 꿈의지도 펴냄. 304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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