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정보는 10만원, 변호사는 50만원"… 왜?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한정수 기자 2017.07.23 10:04
글자크기

[the L] [서초동살롱] '개인정보 유출' 보상금, 통상 10만원 안팎… 변호사들에 '50만원' 제안

"내 개인정보는 10만원, 변호사는 50만원"… 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금은 얼마일까요? 대개 10만원 안팎이지만 정확한 답은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입니다. 유출된 정보의 내용과 유출 원인 등에 따라 보상금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질 수도 있을까요? 네이버가 직원의 실수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변호사들에게 50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해 눈길을 끕니다.



최근 인터넷포털업체 네이버는 법무팀 경력직 변호사를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인사팀 직원이 전달받은 이메일을 서류심사 합격자 15명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들에게 전체 지원자의 정보가 담긴 엑셀파일을 첨부해 발송했습니다. 이 엑셀파일에는 변호사 100여명이 지원 사이트에서 입력한 이름과 최종학력,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일체와 서류 심사 결과가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보내진 엑셀 파일은 암호화도 돼 있지 않아 누구나 열어볼 수 있었습니다.

당황한 네이버는 즉시 면접 대상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돌려 해당 파일을 열어보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합격자들에게는 일괄적으로 면접장에서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고, 불합격한 변호사들에게도 이메일로 합의서를 보냈습니다. 출력해 사인한 후 팩스 등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한 겁니다. 합의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은 네이버 주식회사의 변호사 채용절차와 관련하여 2017.7.14. 본인에 관한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하여 네이버 주식회사로부터 '금 오십만원'을 합의금으로 수령할 것을 조건으로, 본인에 관한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관하여 민,형사, 행정 등 법적으로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과 본 합의금 액수를 비밀로 유지할 것임을 확약합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50만원이란 합의금 액수입니다. 네이버는 과연 이 금액을 어떻게 책정한 것일까요. 네이버 관계자는 "과거 판례를 참조했다"고 답했습니다.

네이버가 보내온 판례들을 살펴보면 개인정보유출사고에 대한 1인당 배상액은 대개 10만원 안팎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판례들에서 유출의 원인은 주로 직원의 실수가 아닌 해킹 등이었습니다.


그나마 이번과 가장 유사한 판례가 KB국민은행 개인정보 유출 사건입니다. 국민은행은 2006년 3월 직원의 실수로 이메일 발송과정에서 3만2000여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3000여명에게 발송했습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들은 소송을 냈고, 이듬해 서울고법은 1인당 10만원에서 20만원의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요. 그러니 네이버로선 50만원이면 충분한 보상이 될 거라고 봤을 겁니다.

그러나 직접 피해를 본 일부 변호사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유출된 정보의 내용이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메일 계정뿐 아니라 달리 학점과 합격 여부 등 자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밀한 사적 영역이 침해당했고, 특히 현재 회사에 지원 사실이 자칫 알려지면 불이익을 볼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겁니다.

피해를 본 변호사들은 조만간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유출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입니다. 공동으로 모여 하나의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에서 배상금액이 적게 책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명백한 과실에 의한 유출에 대해선 300만원까지 법정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직원의 실수임이 명백한 만큼 법정 공방으로 갈 경우 불리한 쪽은 네이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법무팀과 변호사들이 실제로 소송전을 벌이게 될지, 또 판결이 나온다면 그 배상액으론 얼마가 책정될지 궁금해집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