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게 튕기긴"… 도넘은 BJ 길거리 방송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재은 기자 2017.06.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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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 무차별 촬영에 '얼평'까지… 사전 막을 방법 없고 사후 초상권 침해 신고도 어려워

한 BJ가 번화가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캡처한 BJ가 번화가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캡처


#A여대 학생 B씨는 지난달 25일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갈 수 없었다. 정문 앞에서 한 BJ(1인 미디어 진행자)가 셀카봉을 들고 지나가는 학우들에게 말을 걸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 방송에 얼굴이 나가는 게 싫었던 B씨는 BJ가 사라진 후에야 학교 밖으로 나왔다. 이날 A여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BJ 아직도 있나요?", "다같이 몰려가 카메라 끄면 어떨까요", "여대 다니면 길도 마음껏 못다니나요"라는 내용의 글이 여러개 올라왔다.

아프리카TV, 유튜브, 판도라TV 등 인터넷 플랫폼 기반 1인 미디어 콘텐츠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의 야외 촬영이 늘면서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BJ들이 여대와 번화가 등에서 즉석 인터뷰, 게스트 섭외 등 방송을 진행하면서 일반인 얼굴을 본인들 의사과 무관하게 담고 있어서다. 화면에 찍힌 사람들은 시청자들에게 댓글로 '얼평(얼굴·외모 평가)'을 당했다며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13일 1인 미디어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길거리 미녀 찾기, 길거리 미녀 즉석 인터뷰 등 매일 다수의 야외 촬영 방송이 인터넷 방송에 올라오고 있다. 과거 1인 미디어들은 대부분 먹방(먹는방송), 쿡방(요리방송), 겜방(게임방송) 등 실내에서 방송을 진행했지만 최근엔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실내 방송과 달리 색다른 볼거리로 시청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방송 배경이 되는 건 다반사다. 길에서 다가온 BJ를 호의적으로 받아주는 이들도 있지만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싫어 카메라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르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실시간 얼굴평가를 쏟아내는 것이 특히 불쾌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BJ에게 길거리에서 게스트로 즉석 섭외된 여성들 /사진=아프리카TV 캡처한 BJ에게 길거리에서 게스트로 즉석 섭외된 여성들 /사진=아프리카TV 캡처
야외에서 진행되는 인터넷 방송 댓글 중에는 "예쁜 여성 지나간다"며 BJ에게 즉석섭외를 요청하는 글에서부터 "성괴(성형괴물·성형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 꺼져", "못생긴 건 아니네" 등 외모에 대한 평가가 줄을 잇는다. 즉석섭외에 응하지 않는 여성들에겐 "못생긴 게 튕기긴", "괜찮게 생겼으니 얼굴 그만 가려라" 등 댓글이 달린다.

길거리 방송의 일반인 초상권 침해나 명예훼손 문제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관련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없는 상태. 사전에 피해를 막기도 어렵지만 사후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여대생 신모씨(26)는 “얼마 전 건국대 앞 로데오거리에서 BJ가 촬영하고 있어서 뭐하는 것인지 궁금해 자세히 쳐다봤는데 방송에 내 얼굴이 나왔다"며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길거리 등 야외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를 규제할 법안은 없다”며 "얼굴이 찍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 초상권 침해로 신고하는 등 사후 제재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상이 담긴 URL과 본인 증명할 사진을 보내면 얼굴이 담긴 영상을 삭제하고 BJ에 경고를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상권 침해 신고를 현실적으로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초상권 침해로 신고해 내용을 삭제·차단하려면 본인이 방송에 나왔다는 캡처본 등 입증자료가 필요한데 이를 찾기가 어렵다”며 “라이브 방송은 방송 이후 따로 저장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방송 종료시 사라지므로 내용확인이 어렵고 처벌까지 이어지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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