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은 이미 비정규직 '제로' 수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7.05.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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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우리은행 시작으로 계약직 정규직 전환…4대은행 비정규직 비율 5%대에 이중 절반도 전문직

시중은행은 이미 비정규직 '제로' 수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0)'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수년전부터 이미 비정규직을 줄여온 은행권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은행권이 신속하게 정규직화 방침을 밝힐 수 있는 것도 이미 수년전부터 비정규직을 줄여와 비용 부담 등이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고용 인력 중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는 지난 3월말 기준 3365명이었다. 이는 정규직 고용인력 5만9059명의 약 5.7%다. 기간제 근로자 중 약 절반이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 계약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정규직 비중은 사실상 2~3% 안팎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의 비정규직 비중이 낮은 이유는 이미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07년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기간제법 시행을 앞두고 그 해 3월 307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당시 비정규직이던 창구담당 직원(텔러)은 개인금융서비스직군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후 계속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2014년 말 무기 계약직이던 창구담당 직원 4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L0'란 직군을 신설해 창구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 중이다. 'L0'은 다른 직군과 정년 및 복지 혜택 기준이 같다. KB국민은행은 비정규직 1295명 가운데 722명이 경력단절 여성 등을 대상으로 채용한 시간선택 근로자(파트타이머)며 나머지는 전문 계약직과 일부 자발적으로 계약직을 선택한 창구담당 직원이다.



신한은행도 2011~2013년에 걸쳐 2300명의 창구담당 직원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돌렸다. 현재 본점에서 근무 중인 160여명의 '사무인력' 직군이 계약직으로 남아있는데 앞으로 이 직군도 정규직으로 채용해 비정규직 비율을 더 낮출 계획이다. 나머지 비정규직 600여명은 전문 계약직이다. KEB하나은행도 2015년 통합 후 313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선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진행해와 비정규직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남아있는 비정규직도 변호사 등 전문직을 제외하면 소수라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방침에 신속하게 화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 비중이 높아 현황 파악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독립한 만큼 아직 대규모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전례가 없다. 현재 NH농협은행의 비정규직 직원수는 2979명으로 정규직 직원 1만3449명의 22%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정부의 관리로 인건비 통제를 받아 창구담당 직원이 무기계약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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