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휴대폰, 첫 특허소송 제기…북미 후발 사업자 견제 포석?(상보)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심재현 기자 2017.03.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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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가폰 업체 BLU에 표준특허 침해 소송…손해배상 민사소송도 병행키로

LG전자가 28일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 '블루'를 상대로 LTE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제공= LG전자LG전자가 28일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 '블루'를 상대로 LTE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여의도 LG전자 사옥. /사진제공= LG전자


LG전자 (90,800원 ▲200 +0.22%)가 처음으로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독자기술 보호에 나섰다. LG전자가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무기로 빠르게 현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후발 사업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LG전자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 '블루'(BLU)가 자사 표준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스마트폰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또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블루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LTE 특허 적극보호"…추가적인 특허소송 이어질까

블루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스마트폰 520만대를 판매한 미국 6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중저가 스마트폰 'R1HD'를 아마존을 통해 50달러에 판매하는 등 저가형 제품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LG전자에 따르면 블루는 그간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LG전자의 표준특허를 이용해왔다. 이에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블루에 4차례 특허 침해 경고장을 보냈지만 블루가 이에 응하지 않자 특허소송을 제기, LTE 표준특허 보호에 나섰다.



LG전자는 "독자기술을 적극 보호하고 경쟁사들의 부당한 사용에 엄정하게 대처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며 "LTE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보유한 LTE 특허기술에 대한 무단 침해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타사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이용해 저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현지 중소 제조사들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영세 제조사들의 특허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들의 영향력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중저가 제품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블루는 지난해 북미 시장 스마트폰 판매량이 67.7% 급증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애플·삼성전자·LG전자가 북미 시장 1~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상위업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소 제조사들에 대한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견제가 시작되는 이유다.


◇중저가 제조사 '특허침해' 경종 될까…스마트폰 업계 주목

이번 특허소송과 관련한 손해배상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계 판매된 스마트폰 중 LTE폰의 비중은 2012년 13.1%에서 2013년 25.3%, 2014년 37.9%, 2015년 65.6%, 지난해 85.1%로 매년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LTE 표준특허의 가치 역시 이에 비례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손해배상 규모 등에 대한 판단은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재무적 이익보다는 LG전자의 LTE 특허를 보호하고, 무단 사용 재발을 막기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LTE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에 따르면 LG전자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특허청에 가장 많은 LTE와 LTE-A 표준특허를 출원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LG전자의 특허기술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특허 공유(크로스라이센싱) 및 표준특허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스마트폰 특허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해외 일부 현지 제조사들은 무단으로 글로벌 제조사의 특허기술을 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TE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제조사는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퀄컴, 화웨이 등이다.

이번 소송의 예비판결은 내년 상반기, 최종 판결은 내년 하반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TC가 특허침해를 인정하면 LG전자의 추가적인 특허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LG전자는 자사 LTE 표준특허를 무단 도용한 복수의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 경고장을 발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장 전무는 "특허 기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지적 재산권의 부당한 사용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자사 특허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영세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특허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은 주요 제조사들이 이번 소송을 계기로 자사 특허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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