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사드 보복, 우리만 손해일까?

머니투데이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7.03.0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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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사드 보복, 우리만 손해일까?


중국의 보복이 집요해지고 있다. 무역 제재, 한한령(限韓令), 관광 제약 등 중국이 과거 분쟁 국가들에게 썼던 조치가 총동원되고 있는 형세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된 지 1년도 채 안 돼 한중 양국이 쌓아올린 25년간의 노력은 무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볼 때, 누가 더 손해일까?

우선 상품 교역부터 따져보자. 2016년 기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약 25% 정도 인 반면 중국은 우리에 대해 약 5%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의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중국도 손해가 따를 것이다. 우리의 전체 중간재 수출 중 중국 비중은 2015년 30.5%로 2000년에 비해 2배 늘었다. 그만큼 우리 부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늘었다는 반증이다. 액정디바이스는 무려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최근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 차원에서 산업전반에 걸쳐 자급률이 향상되고 있지만, 고위 기술을 요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우리 제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는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우리의 최대 투자처여서 언뜻 보기엔 중국의 제재가 커지면 대중 투자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첫 번째 해외직접투자처가 2011년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가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국가다. 중국 입장은 어떨까? 2016년 중국의 국가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은 홍콩이 약 65%로 압도적이다. 한국은 3.8%로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미약한 수준이다. 다만, 과거 ‘80~90년대처럼 외투자금의 절실함은 약화되었으나 시진핑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고려하면 얘기가 다르다. 관련 사업의 기술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우리의 도움이 아쉬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광 부문에 대한 제재는 우리 손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2016년 방한 요우커는 약 807만 명으로, 전체의 약 47%에 이르고 있고, 2000년 8.3%에 비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 덕분에 우리도 고질적인 여행수지 적자폭을 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정부가 한국행 관광 패키지 상품의 전면 중단을 구두로 하달하는 등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중국의 관광 규제 바람이 거세지면서 상황은 반대가 되고 있다. 요우커를 겨냥한 국내 관광 인프라뿐 아니라 상품 전반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정치·외교적으로 꼬인 지리멸렬(支離滅裂)한 형국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적으로 우리만이 감내할 손실은 아닐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성큼 다가와 버린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대한 준비는 우리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오는 4월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한줄기 희망을 기대해 본다. 과거 1972년 긴박했던 미·중·소 간 냉전체제에서 상하이 공동선언을 극적으로 이끌어낸 헨리키신저(Henry Kissinger)와 같은 인물이 나타난다면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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