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70% 줄어 직원 3명 내보냈다" 여의도 꽃집 사장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전병윤 기자 2016.10.2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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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한달]난·화환 수요 '뚝'… 생계위협 몰린 화훼업계

 화훼협회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반대 집회'를 마친 뒤 상여를 메고 새누리당 당사 앞을 행진하고 있다.2016.6.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훼협회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반대 집회'를 마친 뒤 상여를 메고 새누리당 당사 앞을 행진하고 있다.2016.6.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출 70% 줄어 직원 3명 내보냈다" 여의도 꽃집 사장의 눈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 1개월을 맞은 가운데 화훼업계가 시들어가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혹시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각종 경조사 꽃수요가 급감, 문을 닫는 꽃집들이 속출하고 있다.

◇꽃가게 '썰렁' 줄폐업 우려…"IMF 때보다 심해"=15년 째 국회 인근과 대학교 인근에서 2개의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직원 5명 중 3명을 내보내야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1주일 동안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며 “그나마 간혹 주문을 받아 배달을 가면 상대방이 받기를 거부해 허탕을 치고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국회 인근에 위치한 가게의 경우 '난' 수요가 사라졌고, 화환도 가격인하에도 주문이 뚝 끊겼다. 결국 A씨는 법 시행 한달만에 매출이 70%나 감소하자 가게 한 곳을 정리하고, 남은 직원들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권유했다.



A씨는 "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심각할지 몰랐다"며 "취지야 좋은 법이지만, 우리같은 영세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인근에서 꽃가게를 운영 중인 B씨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화환 주문이 뚝 끊긴 데다, 화환을 싼값에 되사 재판매하는 업체까지 성행하면서 업종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B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때도 가게 운영이 이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며 "법상 경조사 비용으로 10만원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심리로 화환을 주고 받길 꺼려하다보니 매출 급감으로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꽃이라는게 재고 정리도 어려울 뿐더러 막상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해도 업종간 연결고리가 없어 힘들다"며 "부정 청탁을 척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 시행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업자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화훼시장 냉기…농가도 쑥대밭=꽃가게뿐 아니라 꽃을 재배하는 화훼농가와 도매상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가에선 꽃 수요가 줄어들면서 꽃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매상 역시 쌓이는 재고와 꽃 가격 급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aT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최근 양재동 꽃시장은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법 시행 후 주문은 없고 재고만 쌓이면서 경매 물량, 금액, 단가 모두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aT화훼공판장 경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이달 1~24일) 거래량은 장미·국화 등 절화류의 경우 전년대비 14% 감소했다. 분화류의 경우 동양란·호접란 등 난이 20% 줄었고 시클라멘 등 관엽류가 18% 줄었다.

또 지난 9월까지 화훼공판장의 꽃 거래액은 8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1억원)보다 3.3% 증가했으나 법 시행 이후인 이달에는 24일까지 60억1700만원원으로 전년동기(60억6000만원)에 비해 0.7% 감소하며 거래량 위축을 보였다. 꽃 거래가 늘어나는 가을철임에도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이 거래량을 감소세로 반전시킨 것이다.

한·미,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인해 수입 꽃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화훼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에서 꽃 소비 감소까지 가중되는 내우외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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