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 구속시 '원리더' 부재로 경영마비 불가피=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그룹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그룹 구조상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모든 경영활동의 '올스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를 거치면서 그룹 내에서 신 회장을 대신할 리더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CJ, SK그룹이 오너 부재를 전문경영인체제로 극복한 전례가 있지만 주요 계열사 사장 등이 수사에서 비켜서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롯데는 이 부회장 유고로 부회장급 인사가 없는데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사법처리 대상에 올라 있다.
게다가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95)은 지난달 말 법원 결정에 따라 후견인(법정대리인)이 지정될 만큼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기소를 앞둔데다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한일 양국 롯데에서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한 롯데그룹 임원은 "신 회장이 구속되기라도 하면 그룹의 앞날은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일본 롯데도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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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중단… 日 종속화 불보듯"=최악의 경우 롯데그룹 지배권이 일본인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구조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다.
롯데홀딩스 대표는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주요 계열사를 장악해 한일 양국 롯데의 '원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본은 최고 경영자가 구속되면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법원 영장이 발부되면 신 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등기임원에서 사임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바로 물러나지 않게 하고 한국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려 준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인 임원들이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올스톱된다.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롯데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들 수 밖에 없어 한일 롯데 고리끊기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이 91.7%의 지분으로 호텔롯데를 통해 지배하는 구조"라며 "일본인들 입장에서 신 회장도 없는 마당에 자신들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리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