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취소 위기 몰린 '졸업예정자'…뒷짐진 교육부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6.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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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앞둔 대학생들, '늑장 대응'에 분노…"조기 취업이 毒 되는 세상"

'2016 인크루트 하반기 채용설명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뉴스1'2016 인크루트 하반기 채용설명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뉴스1


올 하반기 취업이 확정됐거나 취업 예정인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입사 취소' 위기에 내몰렸다. 취업사실만 증명하면 출석을 하지 않아도 교수가 학점을 인정했던 관행을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규정하면서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시즌을 앞두고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졸업예정자 출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취업률 제고'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은 교육부가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예정자가 조기취업에 성공하면 회사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수업을 듣는게 불가능하다. 10~11월 두 달만 출석을 하지 않아도 F학점을 받게 되고,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하게 돼 '입사 무효' 처리된다.



김영란법은 해당 학생이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인정해주는 것 자체가 '편의를 봐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교수 묵인 하에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 걸 관행적으로 용인해왔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행 고등교육법에도 수업 일수를 채우지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준 사실이 적발되면 교수가 징계를 받게 돼 있다"며 "대학이 이러닝(e-learning) 수업이나 야간·주말 수업을 개설하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졸업예정자들을 위해 별도로 수업을 개설하는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 한 관계자는 "이러닝 시스템이 없는 대학이 상당수인데 며칠 만에 그걸 만든다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1~3학년 학생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교수가 졸업예정자를 위해 같은 수업을 두 번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2일에서야 학사제도과를 중심으로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 수렴을 하고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각 대학들이 학칙을 개정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나왔지만, 교수들에게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부담을 주면서까지 학칙을 개정할 수 없다는 게 대학들의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개정을 대학에 강요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학들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졸업예정자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공과대학에 재학중인 졸업예정자 김모씨는 "이공계의 경우는 조기취업자가 많다. 일부 학생들은 이미 3학년때부터 특정 기업 입사가 정해지는데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면서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조기취업이 오히려 독이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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