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마다 대책 내놓는데 현 정부 3년간 가계빚 300조 폭증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6.08.26 05:36
글자크기
 ‘293조원.’

현 정부 출범 후 3년반 동안 늘어난 가계 빚 규모다. 연 80조원 이상 늘었다. 2013년말 가계 빚 1000조원 시대에 들어섰는데 3년 만인 올해 안에 13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현정부 출범 때만 해도 가계 빚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이전 정부 때인 2011년 가계 빚이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2011년 6월29일)이 나온 뒤 줄곧 ‘신중한 관리’ 모드였다. 증가속도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질적 개선이 먼저라고 당시 정부는 판단했다. 관리를 위해 취약한 대출구조에 손을 댔다.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목표도 처음 제시했다. 가계부채 급증에도 정부가 “관리 가능하다”고 자신한 것은 이때 초석을 닦은 질적 구조 개선의 성과 덕이다.
 
2013년말 가계 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을 때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후속조치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2014년 2월27일)을 내놓은 게 전부다. 2011년에 발표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도였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본격적으로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5개월 만에 100조원 가까이 가계 빚이 늘어난 시점이다. 금융당국은 ‘상환범위 내 대출’ ‘처음부터 분할상환’이란 2가지 대원칙을 천명하며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2015년 7월22일)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가계부채 대응방향’에 담아 내놨다. 대표적인 내용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다. 은행 등 금융권에 상환능력 심사 의무를 부여한 게 골자다. 올들어 수도권(2월)과 비수도권(5월)으로 나눠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이 정책이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은행권 개별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전체 가계대출을 잡진 못했다. 은행권 문턱을 높이니 보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몰렸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과 5월 추가 대책을 내놓으며 바쁘게 대응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은행 수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보험에도 적용했다. 집단대출이 급증하자 보증한도와 보증건수를 줄이는 등 규제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규제가 도입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리고 정부는 8월25일 다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집단대출과 상호금융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처방이다. 가계부채 대책으론 최초로 ‘주택공급 관리’까지 담았다. 정부는 가계 빚의 효과적 관리를 자신한다. ‘실제 질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속도다.’ 이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가계 빚 증가율은 10.9%, 올 상반기 증가율은 11.1%다. 2013년과 2014년 증가율이 6%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매우 빠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저금리다. 한국은행이 2014년 8월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올 6월까지 모두 5차례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는 1.25%로 역대 최저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가계 빚을 억제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온갖 대책으로 촘촘히 관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