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수밖에…" 고급식당·유흥주점 '직격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7.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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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홍삼·위스키 등 명절장사 찬물… 선물세트 시장 위축될 듯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김영란법 규탄, 농축수산물 제외 촉구 전국농축수산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한국농축산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김영란법 규탄, 농축수산물 제외 촉구 전국농축수산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판결하면서 외식 및 식품·주류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헌재 결정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한정식집 등 고급식당과 유흥주점 등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9월말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고급 음식점과 술집의 매출이 크게 줄어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 세종시 등 관가 주변 식당가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추석과 설 명절 선물세트 상품 단가가 낮아지는 한편 점차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나 유치원 임직원 등은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식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상한액을 넘는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1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외식업 매출액 83조원과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고객의 비율 등에 근거한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1인당 식사비가 대부분 3만원을 넘는 한정식집이 61%, 육류구이전문점과 일식집이 각각 55%, 45%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외식업계는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 투입하는 생산비가 높아 단가를 낮추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3만원 이하로 단가를 낮춰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봤지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업종을 전환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은 이달 중순 문을 닫았다. 현재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골고객층인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적자가 이어졌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해 60여 년 만에 업종을 전환한 것이다.

유흥주점도 비상이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서울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만 마셔도 3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위스키를 판매하는 술집은 문 닫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선물세트 시장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제품 단가가 10만원 이상인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과 위스키·와인 주류 등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스팸·참치 등 가공식품과 샴푸·린스 등 생활용품 선물세트의 경우 2만~3만원대 중저가 제품이 많은 데다 5만원 이하 제품으로 탄력 구성이 수월해 타격이 크지 않다.

하지만 고가선물세트 수요가 5만원 이하 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다. A식품업체 관계자는 "명절 때 한우, 굴비 등 수십만 원대 고가상품으로 주고받던 사람들이 김영란법이 시행됐다고 스팸이나 참치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며 "추석이나 설에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서서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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