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락(62) 목사/ 사진제공=주사랑공동체교회
우리나라에 베이비박스를 처음 만든 이종락(62) 목사. 그는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기자와 만나 "아기를 버릴거면 차라리 제게 달라며 만든 베이비박스지만 결국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아기가 없어 베이비박스 문을 닫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베이비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만든 상자다. 버려진 아이들이 방치돼 사망에 이르거나, 심지어 쓰레기봉투에 아이를 버리는 반인륜적인 사건을 방지하고자 지난 2009년 12월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했다.
거둬들인 아기 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사연도 많다. 교복으로 둘둘 말아둔 아기, 종이봉투에 아래위로 쌓아 눕힌 쌍둥이, 탯줄까지 그대로 달고 있는 신생아까지 버려진 아기들 모두가 이 목사에게 잊히지 않는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16시간 동안 배를 타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몇 시간 대화 끝에 아기를 데려가 키워보겠다고 다짐하는 엄마들도 적잖다. 실제로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 가운데 15% 정도인 148명은 버린 엄마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 당장 키울 상황이 안돼 나중에 찾아가기로 약속한 엄마도 50명이 넘는다. 형편이 어려울 땐 후원기관을 통해 분유와 기저귀, 생활비를 교회가 1년까지 지원해준다.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사진제공=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는 아기들은 한달 평균 20~25명. 줄어들길 바라지만 그 수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빈도는 특히 2012년 8월부터 급증했다. 이전보다 많게는 9배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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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왜 그런가 해서 봤더니 그때부터 입양특례법이 실시됐더라"며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보낼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10대 미혼모가 마음 졸여가며 몰래 낳은 아기를 어떻게 출생신고하겠나"고 꼬집었다. 입양을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니 베이비박스로 아기가 몰려왔다는 설명이다.
베이비박스로 거둬들인 아기 대부분은 보육원에 보내지거나 다른 가정에 입양된다. 경찰이 나서 혹시 모를 범죄가능성을 조사하고 문제가 없으면 구청, 서울시립어린이병원을 거쳐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진다.
아기들은 가게 될 보육원을 기다리며 센터에서 며칠 머문다. 이후 후견인이 지정되면 출생신고를 하고, 보육원에 가거나 경우에 따라 입양된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기가 수차례 걸쳐 거처를 옮겨 다닌다.
때문에 가장 따뜻한 곳은 결국 엄마품이라고 이 목사는 강조한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슬퍼해도 아기를 키우면서 겪는 슬픔보다 포기하면서 오랫동안 겪게 될 슬픔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프고 크더라"며 "여성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자기가 낳은 생명을 품고 있을 때다. 버려지는 아기들이 없어지고, 결국 베이비박스도 문 닫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