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피자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85년 서울 이태원과 압구정동에 '피자헛', '피자인' 1호점이 들어서고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다. 한국 상륙 30년만에 치킨, 자장면과 함께 '3대 배달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문 닫는 피자집…미스터피자·피자헛 적자 전환=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 (145원 ▼24 -14.20%)는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8% 줄어든 1103억원을 기록했다. 정점을 찍었던 2014년(1767억원)에 비하면 37.6% 감소한 수준이다. 매장 수도 2014년까지 매년 5~15개씩 늘었지만 지난해는 411개로 전년보다 19개 줄었다.
글로벌 외식브랜드 '염브랜즈' 소속 피자헛도 국내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후 재무재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 등에 따르면 2012년 1561억원에 달했던 한국피자헛 매출이 2014년 1142억원으로 26.8% 감소했다.
2004년 한해에만 30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이 10년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그나마 증가하던 매장 수도 2014년 353개에서 지난해 337개로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직영점의 가맹점 전환을 단행하면서 매출은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손익도 좋지 않다. 2013년 2억원의 적자를 냈고 2014년에는 7억원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지난해에도 적자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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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피자 프랜차이즈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300여개 점포를 운영중인 피자에땅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1.7% 감소한 61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63.9%줄어든 13억원에 머물렀다. 점포 수 역시 2012년 334개에서 지난해 308개로 감소세다.
◇피자, '외식' 아닌 '배달' 메뉴로 변신=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샐러드바와 피자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매장이 피자 업체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내수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큰 폭으로 뛰면서 대형매장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외식으로 피자를 먹는 수요보다 집에서 배달해먹는 수요가 많아진 것도 시장 구조를 바꿨다.
중소 브랜드 피자, 대형마트 피자 등과의 과열 경쟁은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 높은 열량과 지방 함량 때문에 비만을 부르는 먹거리의 대명사가 된 것도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매출 저하는 가맹점주와의 갈등으로 번졌다. 미스터피자, 피자헛 모두 가맹점주와 갈등, 불매운동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피자업계는 상대적으로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적은 배달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 기존 대형매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피자 런치뷔페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예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사업구조 자체를 바꾸는 곳도 있다. MPK는 지난해 화장품 제조업체 '한강인터트레이드'를 인수했다. 중국 등 해외시장에 총력을 펼치는 것도 국내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해서다.
피자헛은 직영점을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높은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로열티만 받는 형태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피자시장이 2조원 규모로 컸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구조 재편과 다각화를 꾀하거나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 역시 국내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