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의 '롤스로이스 리무진', 국내 19대 뿐인 희귀차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6.04.2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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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팬텀 기본 모델보다 9000만원 비싼 7억5000만원부터 시작

2012년부터 판매가 되고 있는 롤스로이스 '팬텀II'. 허경영 씨가 타다 교통사고를 낸 차량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전 모델인 '팬텀I'이다. /사진제공=롤스로이스 2012년부터 판매가 되고 있는 롤스로이스 '팬텀II'. 허경영 씨가 타다 교통사고를 낸 차량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전 모델인 '팬텀I'이다. /사진제공=롤스로이스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가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롤스로이스 차량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차종은 벤틀리, 마이바흐와 함께 '3대 명차'로 알려진 롤스로이스 중에서도 국내에 단 19대 뿐인 희귀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허 씨의 차량은 '롤스로이스 팬텀 리무진'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국내에 해당 명칭의 모델이 공식 수입된 적은 없다. 허 씨의 차량은 팬텀 모델을 기본으로 앞 뒤 차축간 거리(휠베이스)를 늘린 '팬텀 EWB(익스텐디드휠베이스)'로 추정된다.



팬텀 EWB는 2006년 2월부터 국내에 판매됐다. 팬텀 일반 모델보다 뒷좌석 공간이 25㎝ 길어 여유롭다. 앞좌석과 뒷좌석은 투명한 파티션으로 구분돼 있다. 차의 전체 길이는 6092mm다.

처음 판매될 때 7억8000만원이 기본가격이었으며, 2012년 판매를 시작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팬텀2' EWB는 7억5000만원부터 팔리고 있다. 기본 모델보다 9000만원 비싸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각종 옵션을 넣다 보면 가격은 10억원에 가까워진다. 전량 주문생산을 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주문하고 받기까지는 통상 3∼6개월이 소요된다.



허 씨의 차량은 부분변경이 이뤄지기 전 모델이다.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에 등록돼 있는 팬텀(팬텀2 포함) EWB는 총 19대. 이 가운데 허 씨에게 직접 신차로 판매된 차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허 씨가 법인을 통해 리스로 차를 이용하고 있거나, 중고차를 사들여 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롤스로이스는 2004년4월부터 코오롱글로벌이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이달부터 동성모터스가 부산 지역 딜러로 추가됐다. 국내에 팬텀과 함께 고스트, 레이스(Wraith) 모델이 출시됐는데, 이 중 팬텀은 플래그십 모델이다.

팬텀은 8단 자동변속기와 6750cc V형 12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거대한 외관과 달리 성능은 스포츠카급이다. 최고출력 563마력, 최대토크 79.6㎏f·m에 달하고 5.9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또 런 플랫 타이어를 장착해 타이어가 펑크 난 상태에서도 시속 80km의 속력으로 160km 이상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차량 제작은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차 한대를 제작하려면 260시간이 걸린다. 내부는 소 18마리 분량의 가죽과 원목 등 고급 자재로 치장했다.

롤스로이스는 수입 첫 해 판매량이 5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3대로 12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전체 롤스로이스는 286대이며, 이 중 팬텀은 쿠페와 드롭헤드 쿠페, EWB를 포함해 55대다.

'팬텀(Phantom·유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차의 정숙성 때문이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엔진음이나 풍절음을 완벽하게 잡아내 "유령처럼 소리없이 다가온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파르테논 신전을 본뜬 웅장한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환희의 여신상’ 엠블럼은 롤스로이스의 상징이다.

롤스로이스는 1906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자동차 판매업자 F.H 로이스와 자동차 레이서 C.S. 롤스가 사업을 합병하면서 설립됐다. 명차로 이름을 날렸지만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 납품하던 제트엔진 부문의 경영난으로 1973년 자동차 부문이 영국 비커스사에 매각됐다. 비커스는 다시 1998년 롤스로이스를 BMW그룹에 넘겼다.

한편 허 씨는 추돌사고에 대해 차의 무게 때문에 제동거리가 길어서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그랬다면 무게 때문이 아니라 제동장치 관리를 잘못해서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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