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8시경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 오른쪽 차선이 개성공단 방향이다. 개성공단으로 가기 위해 이 곳을 지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하기 위한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11일 오전 8시 30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로 황급히 달려온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개성공단에서 피복류와 쇼핑백 등을 생산하는 조민PNP의 김윤복 개성공단 법인장은 "우리 공장의 북측 근로자가 260명인 데 출근시간을 넘긴 지금까지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았다"며 "지금 혼자 개성공단에 들어가는데, 이런 상황이면 제품 출고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급한 대로 완제품만 출고해 온다 해도 5톤 트럭으로 5~6대 분량"이라며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까지 반출하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린다"고 토로했다.
의류업체인 서한섬유의 노병문 공장장은 "정부가 사전에 어떠한 말도 없이 갑자기 전면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우리 회사 생산량의 70%가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지고 있어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 회사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한섬유에서 북측 근로자는 290명이다.
통일부는 "이날 출경을 예정했던 인원은 1084명이지만, 체류 중인 직원이 없는 53개사만 한 명씩 올려보내 철수를 준비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측 입주기업 관계자 184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중에는 현지에는 변전소, 정·배수장 등을 관리하기 위해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LH, KT 등 직원들도 포함됐다. 입주기업 124개사 중 53개사는 현지에 체류 중인 직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남식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자들과 한 차례 회의를 가진 후 북측과 잔여 임금 정산과 제반 법률적 문제를 협상할 전망이다. 정부는 늦어도 오는 15일까지 남측 인원을 공단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