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 코넥스 이어 비상장사에도 뭉칫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12.1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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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IPO 리포트]

강남 큰손, 코넥스 이어 비상장사에도 뭉칫돈


"코넥스시장에서 큰 돈을 번 거액 자산가들의 발 빠른 자금이 이제는 장외주식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입니다. 옥석만 잘 가리면 투자 성과가 좋은데다 생각보다 안정성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듯 싶습니다."

NH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의 말이다. "대박을 기대할 수 있지만 쪽박 찰 리스크도 크다"는 이유로 꺼려졌던 장외 투자가 최근 급속히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S에서 카카오까지 '대박'= 장외주식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개인들끼리 연락해 사고 팔아야 하는 만큼 거래가 복잡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최근 비상장 주식거래의 안정성을 높인 장치가 마련되면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는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SK증권은 수수료를 받고 비상장 거래를 중개하고 있으며 LG CNS는 비상장주식 거래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며 최근 장외시장에서는 주가가 급등하는 비상장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장외주식 거래 중개업체인 피스탁에 따르면 52주 최저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기업이 9곳이고 50~99%는 11곳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상장한 삼성SDS,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카카오 등 비상장 '대박'이 잇따라 터지며 특히 강남권 큰 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본다.



2012년말 장외시장에서 9만2500원이던 삼성SDS는 상장이 확정된 지난해 5월8일 22만5000원으로 치솟은데 이어 지난해 11월 상장 후에는 42만80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5월27일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발표한 카카오 역시 연초 장외에서 8만원대였던 주가가 1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김창욱 피스탁 대표는 "삼성SDS로 대표되는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거액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내면서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비상장 투자 붐…배경은=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예를들어 잇츠스킨에는 메리츠종금증권이 1020억원, KDB대우증권이 45억원, NH투자증권이 18억원 등을 투자했고 휴젤과 더블유게임즈, 에코마케팅, 태극제약 등에도 증권사들의 자금이 유입됐다.

비상장 주식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이 높아 주식을 많이 배정받지 못하지만 그 이전에 비상장 주식을 사면 원하는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일례로 공모경쟁률이 134 대 1이었던 삼성SDS는 최소 1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넣어야 10주 정도를 받을 수 있었으나 공모에 앞서 장외 비상장 주식을 샀다면 같은 돈으로 526주(공모가 19만원 기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비상장주식이 상장주식보다 주가 변동성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스피나 코스닥시장은 외국인 자금 이탈, 공매도, 대차거래 등 외부 변수가 많지만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오히려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다.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려면…=비상장 주식은 환금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하되 자금 회수 기간에 따라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우량기업에 최소 1년 이상 투자하는 '자산가 스타일의 장기투자'가 있다. 이는 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대기업 계열 비상장기업을 찾거나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스타트업 기업을 찾는 게 방법이다. 이 전략은 큰 수익을 낼 수 있으나 상장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자금회수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는 게 단점이다.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이나 산학협동으로 대학교나 병원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기업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PB 대부분은 투자할만한 비상장기업 목록을 가지고 있다. 1년 이내에 수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중수익 단기투자자'라면 상장예비심사 청구기업 등 IPO 직전단계에 있는 기업을 찾는 게 좋다. 장외주식 전문사이트나 한국거래소 등의 자료를 살펴보면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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