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그놈" 앞에서 왜 난 늘 빈털터리 일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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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99>늘 가난하다 느끼게 만드는 생활습관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월급도 남들에 비해 평균 이상인데 왜 난 늘 가난하다고 느끼지? 돈... 그놈 앞에서 난 늘 빈털터리일 뿐”

많은 사람들이 돈 관리에 전문가가 아니고 수입·지출을 균형적으로 잘 하지 못한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돈에 쪼들리게 되고 결국 지속적인 궁핍함을 느끼며 살게 된다. 심한 경우엔 빚의 굴레에 갇혀 산다.

돈에 쪼들려 사는 일반 가정의 모습은 최근 미국 썬트러스 은행(SunTrust Banks)의 조사 결과에 극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연간 7만5000불(약 825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진 미국 가정의 3분의1이 그날그날 벌어먹고(paycheck to paycheck)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미국 가정의 평균 신용카드 잔액이 약 1만6000불(약 1760만 원)에 달하고 미국인의 약 73 퍼센트가 은행에 1000불(약 110만 원) 미만의 저금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빚 지고 돈에 쪼들려 겨우겨우 사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재정적 궁핍함에 빠지게 될까? 남들보다 월급이 많아도 돈에 쪼들려 살기는 매한가지다.



가난은 세대의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내가 가난한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 부모가 가난해서, 우리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즉 태어난 환경이 가난과 부유함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반면 처음에 얼마나 돈을 보유하고 있는지 보다는 돈을 어떻게 투자하고 쓰느냐에 따라 가난과 부유함이 결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왜 늘 가난함을 느낄까?”에 대한 대답을 최근 미국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소개된 GOBankingRates의 조사결과에서 찾아보자. 개인을 위한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23명의 개인 재무 전문가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금융지식이 부족하다
돈에 쪼들리는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개인 재무(personal finance) 교육을 받지 않았다. 한 예로, 돈을 빌리면 차입이자가 복리로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정확하고 올바른 금융지식을 갖고 있다면 보다 현명한 재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반대로 금융지식이 부족하면 재정적 궁핍 상태에 놓여 있을 때 더욱 의기소침해지고 더 비참함을 느낀다.

2.저축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저축을 우선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을 받으면 소비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일정 부분을 떼어 저축을 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산다.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두 번째 이유는 신용카드의 사용이다. 돈이 없으면 지출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나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도 그저 신용카드를 긁어댄다.

3.주택 구입에 무리 한다
재정적으로 궁핍한 처지에 놓인 가정들의 많은 경우는 바로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달 주택 모기지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거리며 산다. 특히 남들 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이들 가운데 무리하게 주택을 장만해 매달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수년간 ‘하우스 푸어’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보면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4.머니 플랜이 없다
가난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머니 플랜이 없다는 데 있다.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계획 없이 그저 마구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대개 월말이 될 때 쯤 빈털터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무계획의 지출 습관을 고치지 않고선 돈에 쪼들려 사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상시에 대비한 자금을 따로 마련해 두지 않는 점도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주요 이유가 된다.

5.욕구 만족을 위한 지출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지출에 필요의 이유를 갖다 붙인다. 예를 들면, 자동차는 필요한 거지만 이때 럭셔리 외제차를 구입하는 건 욕구 때문이다. 이런 욕구 만족을 위한 불필요한 지출들이 재정상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6.교육과 트레이닝에 투자를 덜 한다
재정적 궁핍에 놓이게 되는 여러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직업과 기회를 얻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트레이닝에 투자를 덜 했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지 못하면 장기간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업과 기회를 잡기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삶을 누릴 수 밖에 없다.

7.하루아침의 대박을 바란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아침의 대박을 꿈꾼다. 그래서 도박이나 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박이나 투기로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패가망신의 위험이 크다.

8.가치가 줄어드는 자산에 돈을 쓴다
자산은 크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게 있다. 자동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줄어든다.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은 가치가 늘어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장기적으로 증대시켜주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자동차나 자전거, 의류 및 액서서리 등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 그래서는 장기적으로 궁핍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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