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35세 연하부인 대주주에 3년째 '폭탄 배당'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5.03.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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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당기순이익 15억, 배당금으로 37억 지급···노미정 부회장 3년 배당금 73.5억 달해

창업주 이무영 회장이 3년 전 35세 연하 둘째부인에게 회사를 물려준 영풍제지가 3년째 '폭탄 배당'을 실시했다. 최대주주인 노미정 부회장은 3년간 배당금과 보수로 90억원 넘는 돈을 회사에서 가져가게 됐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2014 회계연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8.97%로 배당금 총액은 26억9282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주당 2000원(1/10 액면분할 전 액면가 5000원 기준)의 현금배당을 유지한 것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2011년 1.6%에 불과했던 시가배당률은 2012년 11.97%, 2013년 10.6%, 2014년 8.97%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금배당성향도 2011년 9.55%에서 2012년 44.92%, 2013년 100.05%로 점차 증가했고 올해는 181.91%로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금을 지급하게 됐다.

배당성향이 급증한 이유는 3년 연속 고배당을 유지한 반면 당기순이익이 3년째 감소했기 때문이다. 영풍제지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약 82억원에서 2013년 약 37억원, 지난해 약 15억원으로 2년 만에 82.9% 급감했다.



대규모 배당 지급에 유보 현금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영풍제지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2년 말 21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45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번 배당으로 추가적인 지출이 예상되면서 유보현금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년에 걸친 고배당으로 영풍제지 지분의 55.63%를 보유한 노미정 부회장은 3년간 총 73억5772만원의 배당금(세전)을 수령하게 됐다. 등기이사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3년 보수로 11억6700만원을 받고 올해 상반기 5억원(등기이사 보수의 절반으로 추정)을 수령한 것까지 감안하면 회사에서 90억원 이상의 돈을 받은 셈이다.

노 부회장은 증여세 납부용으로 고배당을 지속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무영 회장으로부터 2012년 초 두 아들 대신 주식전량(123만5182주)을 증여받은 뒤 고배당과 높은 연봉, 주식담보대출로 증여세(100~150억원 추정)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유주식의 담보대출 규모도 지난 1월 기준 101억원에 이르고 있다.


폭탄 배당 덕분에 영풍제지 주가는 3년째 이어진 실적 감소에도 선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는 주식 분할을 결정했는데, 일각에서는 대출 담보로 잡은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배당을 결정한 5일 코스피 시장에서 영풍제지 (1,832원 ▼6 -0.33%) 주가는 전일대비 1.70% 오른 209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년간 배당 공시일 당일 폭탄 배당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과 달리 부진한 실적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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