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총참극' 피해자, 자수성가 재력가…토지보상비 두고 갈등"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화성(경기)=강기준 기자, 화성(경기)=안재용 기자 2015.02.2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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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주민 "최근 10여억 보상받아…피의자 수차례 금품 요구"

경기 화성시 남양동 2층 단독주택에서 동생 전모씨(75)가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 사진제공=뉴스1경기 화성시 남양동 2층 단독주택에서 동생 전모씨(75)가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 사진제공=뉴스1


지난 27일 경기 화성시 남양동 한 2층 주택에서 동생 전모씨(75)가 난사한 엽총에 맞아 사망한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 좋기로 소문난 할아버지·할머니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특히 아들 전모씨(58)와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손자까지 3대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화목한 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 엄모씨(79)는 "부인도 성당을 열심히 다녔고 아들은 마을 이장을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6·25 참전용사로 참전자회 화성시지부장을 맡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남참전자회 화성시지회 관계자는 "전씨는 지난해 정부 무공수훈훈장도 받았다"며 "전쟁에서도 살아온 사람인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마을에서 전씨는 과거 세무공무원으로 활동하며 자수성가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었다. 엄씨는 "형 전씨는 자수성가해 건물도 올리고 농사도 지으며 3대가 한 집에서 화목하게 살았다"고 전했다.



특히 전씨는 최근 수십억원대의 토지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씨는 '화성 남양뉴타운' 사업부지 내에도 상당한 보유하고 있어 5~6년 전 보상비로만 10억원 가량을 받았다"고 말했다.

256만5253㎡ 규모 남양뉴타운 사업은 화성시청을 비롯해 행정중심도시로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다. 사고가 발생한 전씨 주택은 남양뉴타운 구역과 직선거리로 100m가량으로 가깝다. 화성시청과는 1.5㎞가량 떨어져 있다.

전씨는 보상금으로 최근 단독주택과 인근에 4층 규모 다가구 주택을 지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은 "전씨는 토지보상비를 현재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건립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 실패 한 동생과 돈 문제로 잦은 갈등…'결국'

마을에서 평판 좋기로 소문난 전씨는 동생과 돈 문제로 갈등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실패로 자금난에 압박을 받자 동생은 평소에도 형에게 돈을 요구하며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전화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는 게 이웃과 유가족의 얘기다.

전씨 가정사를 잘알고 있는 A씨는 피의자 동생 전씨에 대해 "고급차에 기사까지 데리고 다니며 물려받은 재산을 다 까먹었다"며 "나이 먹어서도 금광 개발을 한다며 헛꿈을 꾸고 다녔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형이 (피의자) 동생을 여러 번 도와줬다"며 "보상받은 돈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동생이 자꾸 와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언제까지 도와주나. 자식한테 다 넘겨줬는데 어떻게 주나"고 설명했다.

이웃주민 노모씨(73)는 "3대가 같이 사는데 아주 온순한 사람들"이라며 "사업에 실패한 동생이 마지막으로 형한테 돈을 요구했는데 안줘서 이런 사건이 터진 것 같다"고 짐작했다.

이웃주민 이모씨(51)는 "평소에도 형제간 돈 문제로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전씨(형)의 며느리인 성씨도 "피의자가 평소 술만 먹으면 찾아와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 백모씨(76)은 "피의자인 동생은 고교 졸업 후 광산사업을 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고, 서울에서 한식당을 해서 큰 돈을 벌었다"며 "2년 전에 나이가 들어 힘들어 매각했지만 그 후 형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오전 9시34분쯤 화성시 남양동 내 2층 단독주택에서 동생 전모씨(75)가 친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최초 신고자인 피해자(친형) 전씨의 며느리 성모씨(50대)는 사고 직후 2층에서 뛰어내려 화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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