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가 될 지, 아니면 라면 시장 1위 제품의 지위를 흔드는 '무리수'가 될 지,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농심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라면 시장에서 농심은 압도적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985년부터 30년간 농심이 지배해온 이 시장, 그러나 수면 아래서 거센 물결이 치고 있다.
2분기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61.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전분기와 비교하면 2.9% 감소했다. 라면 매출도 6.2% 줄었다. 시장의 동반 침체라면 모를까, 오뚜기는 매출이 17% 늘었고 삼양식품 (325,500원 ▲15,500 +5.00%)은 23% 증가했다.
오뚜기는 공격적인 광고판촉으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 신제품 효과로 동반 상승세다. 반면 농심은 면류 매출이 3000억원 아래로 떨어지며 비상등이 켜졌다. 예상보다 악화된 실적은 기존 제품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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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제품들의 리뉴얼…'신의 한수' 혹은 '무리수'?
28년간 '매운 맛'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해온 신라면을 대신해 더 맵거나 덜 매운 여러 종류의 라면들이 시장에 안착했다. 신라면의 '독재'를 더이상 소비자들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냥 두면 '기본'은 할 텐데, 28년 만에 대수술을 했다. '매운 맛'의 업그레이드로 '불닭볶음면' 등 매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경쟁 제품으로 떠나지 못하게 붙잡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이 변화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있다.
KDB대우증권은 농심의 라면 점유율 하락세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라면의 맛과 타입이 다양화되고 있는데, 농심은 신제품 출시 및 리뉴얼을 통해 점유율 방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의 경우 최근 농심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낮추고 "업계 선두 기업인 농심의 점유율 하락은 가격 인상 시기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던 제품들의 리뉴얼은 리스크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씨 1988년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라면을 먹어 온 '라면 마니아'다. 자취를 하는 그는 요 사이에도 일주일에 2~3개 꼴로 라면을 먹고 있다.
박지원씨는 "라면이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맛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팜유'를 주로 쓰는 현재의 주류 라면들은 '우지파동' 이전 소기름을 쓰던 삼양라면보다 맛이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 라면시장의 첫 패권을 쥔 건 삼양라면이었다. 1985년 처음으로 삼양식품을 제치고 라면 시장 1위에 올라선 농심은 '공업용 우지' 파동을 계기로 독주 체제를 구축, 이후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 브랜드는 농심의 '신라면'(39%)이다. 다음으로는 ‘삼양라면(삼양)’ 14%, ‘안성탕면(농심)’ 8%, ‘너구리(농심)’ 6%, ‘진라면(오뚜기)’ 4% 등 순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순위는 같지만 그 안에서 변화의 조짐이 읽힌다. 신라면의 선호도는 49%에서 10%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소비자의 '입맛'에 따른 것이다. 라면 업계 한 관계자는 '모디슈머 열풍'을 언급하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라면을 섞는 등 새로운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면서 "최근 뜨는 '국물 없는 라면'과 같이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기에 적합한 라면의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캐시카우'였던 기존 1위 제품들을 하나씩 리뉴얼하는 농심. 상황을 반전시킬 '신의 한 수'가 될 지, 쫓기는 마음에 악순환만 반복될 '무리수'가 될 지, 소비자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특집]28년만에 바뀐 '매운 맛'의 기준…신(辛)라면 리뉴얼 뒷이야기
1. 한국인의 '매운 맛'…28년만에 기준이 바뀌다
2. 신라면 '맛' 어떻게 바뀌었나…'구 신라면' vs '신 신라면' 비교평가
3. 라면 시장의 조용한 전쟁…수면 아래서 움직이는 '미심'(味心)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8월 25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