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드림클래스'의 대학생 강사 주예지씨가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백석중학교에서 10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학창시절 학교 선생님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다. 삼성의 방과 후 학습 지원 프로그램 '드림클래스'의 대학생 강사 주예지씨(20·중앙대 수학과 1학년)도 그랬다.
"무심코 한 말에 학생들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더라고요. 순간 '아차' 싶었어요"
이미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하기는 어려웠다. 주씨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수업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굴뚝같았다. 이후 주씨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더욱 마음을 쏟고 있다.
주씨가 맡은 과목은 전공을 살린 '수학'이다. 평소 교육봉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주씨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드림클래스 강사로 발탁됐다.
주씨는 방과 후 선생님이 아닌 학생들의 언니, 누나가 되어 주기로 결심했다. 이따금 하굣길에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점차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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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주씨에게 마음을 터놓기까지는 약 2개월이 걸렸다. 처음에는 주씨가 수업 중 질문을 해도 아이들의 호응이 거의 없었다. 요즘은 수업 시간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대답하기 바쁘다.
"의기소침한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공부를 못했지만 노력했더니 성적이 올랐다는 얘기를 해줬어요. 그랬더니 자신감이 생긴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백석중학교에서 10명의 학생들이 방과후 학습지원 프로그램인 삼성 '드림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하지만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한두 명이 아닌 10명의 학생들을 모아 놓고 가르치는 일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수업 평가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수업준비는 기본이다. 봉사 의지가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게 주변의 공통된 평가다.
주씨는 "드림클래스 강사 활동을 단순 스펙 쌓기나 또 다른 과외 정도로 여기진 말아 달라"며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교단에 서는 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 인사 업무에 종사해 온 삼성 주요 계열사 인사 담당자들이 직접 면접에 참여한다. 특히 학생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고 장학금이 필요한 저소득층 출신 대학생에게는 가점이 주어진다. 교육 이론을 전공한 사범대 학생들도 우대한다.
현재 강사로 활동 중인 대학생은 모두 1060명이다. 강사로 선발된 대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제공된다. 등록금 부담을 더는 동시에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강사 선발에는 대학생들이 몰려 무려 6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씨가 정작 아이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수학문제의 해답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중학교 때까지도 그리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씨는 "기업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 만큼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