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흥 윤청광 대표(왼쪽)가 신세계 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 '강개상인' 매장에서 신세계 가공식품팀 나선권 바이어(과장)과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고맙습니다만, 올해는 이 자금을 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얼핏 들으면 은행 직원과 중소기업 사장이 대출을 상담하는 대화 내용 같지만, 올 초 신세계 백화점 바이어와 홍삼 업체 사장이 나눴던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세계 (162,900원 ▼1,100 -0.67%)의 협력업체인 윤청광 삼흥 사장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삼 매입에 들어가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어떻게 해서 자금 한 푼이 아쉬운 중소기업 사장이 지원을 고사하게 된 걸까. 사연은 이렇다. 윤 사장은 증조부 때부터 대대로 인삼을 재배해 온 개성상인 출신이다. 한국전쟁 이후 강화도에 정착해 인삼을 재배해 온 윤 사장은 97년 회사를 설립해 홍삼을 만들어 오기 시작했다. 홍삼은 원재료인 수삼의 질과 건조 방식에 따라 제품의 상품성이 좌우된다. 윤 사장과 같은 전문가의 안목과 손길를 거쳐 나온 홍삼이 최상품으로 소문날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는 '강개상인'을 백화점의 대표 상품으로 키우면서 삼흥의 성장을 돕기로 했다. 이를 위해 컨설팅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여기에는 경리팀, 인사팀, 마케팅팀, 상품과학연구소, 동반성장추진팀 등이 망라돼 팀별로 베테랑 직원 1명씩 총 10여명이 투입됐다. 신세계는 2008년 하반기 삼흥을 '중소기업육성 컨설팅' 프로그램 1호기업으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사실상 신세계의 '동반성장' 틀은 이때부터 만들어진 셈이다.
컨설팅을 통해 우선 수삼 매입에 필요한 자금의 40%가 무담보, 무이자 조건으로 현금으로 지원됐다. 나선권 가공식품팀 과장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데 그치지 않았다"면서 "윤 사장과 함께 수삼재배 농가를 돌아다니며 신세계가 지원하는 협력사임을 강조하면서 서로 신뢰를 더욱 탄탄히 쌓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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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학연구소, 마케팅팀 직원은 수차례에 걸쳐 삼흥 본사에 투입돼 각각 위생, 품질, 고객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삼흥직원 20여명은 신세계 본사에서 강도 높은 '특훈'을 받았고 상품디자인의 전면 개선도 이뤄졌다.
이렇게 자금지원과 함께 6개월간의 경영전반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삼흥은 영세 업체가 아닌 기업의 면모를 제대로 갖춘 탄탄한 알짜기업으로 거듭났다. 윤 사장은 "2009년과 2010년 백화점 판매에서 10%이상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이 110억원을 기록했다"며 "이로 인해 올해부터는 신세계의 자금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컨설팅 이후 상품의 질적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홍삼 농축 엑기스의 경우 면역증진 효능이 타사에 비해 2배이상 높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게 신세계의 분석이다.
삼흥의 성공 사례는 다른 협력 업체로 확대되면서 현재 18개사가 신세계의 컨설팅 프로그램을 전수받거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전통 한실이불 업체인 운현궁의 경우 2009년 7월 '중소기업육성 컨설팅'을 받은 이후 지난해 매출이 20%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협력업체의 지원 규모도 강화했다. 김자영 동반성장추진팀장은 "협력업체의 원자재 확보 지원금을 지난해 5억원에서 올해 50억원으로 10배 늘렸다"며 "또 1200억원 규모의 저금리 자금지원 외에도 108억원 이상의 동반성장 펀드를 신규로 조성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