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 부동산 운영도 못할 지경인데…
- 연봉·판공비 2억대…골프장 회원권도
- 전 국회의원·국정원장 활동비까지 지급
↑지난 6일 협회원과 용역업체 직원들 간의 몸싸움으로 인해 기물들이 파손된 서울 봉천동 소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중앙회 사무실 모습.
좁은 계단, 철창으로 닫힌 문 앞에서 서로를 끌어내려고 몸싸움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난로가 쓰러져 대형화재가 발생할 뻔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모임인 이 협회에서 조폭영화 뺨치는 난투극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연간으로 계산하면 2억5000만원이 넘는다. 이뿐 아니다. 협회장은 300여억원에 달하는 협회 예산 집행부터 각종 이권사업 추진, 임직원 인사까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임기 3년(재임 가능)인 회장 선거 시즌이 되면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케하는 선거전이 펼쳐진다. 일단 회장이 되면 얻는 게 많으니 흑색선전은 기본이고 학력·경력위조 등 불법도 자행된다.
◇수천만원 월급에 최고급 자동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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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공인중개사협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공식적인 월급은 900만원이다. 하지만 현금으로 지급받아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알 수 없는 정보비와 판공비까지 합하면 매달 2000만원이 넘는 협회 자금을 이 전 회장이 사용했다. 3개월치 정보비 명목으로 현금 2700만원을 한꺼번에 인출하기도 했다.
회장 전용 승용차는 1억2000여만원짜리 국내 최고급 세단이다. 종전까지 리스 방식으로 차량(에쿠스 3600cc, 월 이용요금 250만원)을 사용해 왔는데 이 전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새 차량(에쿠스 4600cc, 월 이용요금 300만원)으로 교체하더니 몇 개월뒤 아예 차량을 매입했다. 운전기사 월급에 차량 유지비까지 모두 협회비에서 나간다.
이 전 회장은 취임 직후 협회비로 수억원대 골프회원권도 2개 구입했다. 경기 고양시와 충북 청원권 소재 골프장 회원권 값은 각각 3억1500만원, 2억원이다.
협회 한 대의원은 "골프장 회원권 구입비는 당초 예산에 편성되지 않은 비용"이라며 "사업목적 범위를 벗어나는 부당한 재정집행으로 금융감독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학계 측근에 수백만원 급여…선심성 퇴직금도 문제
이 전 회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를 비상근 명예직으로 임명하고 협회비로 매달 활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국정원장을 지낸 이모씨, 전 국회의원인 한모씨와 이모씨 등을 명예회장, 고문 등 명단에 올리고 매달 100만∼5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직원들의 퇴직금 기준도 독특하다. 5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급 지급율이 가산된다. 5년 근무자는 7개월치, 10년 근무자는 17개월치, 15년 근무자는 27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16년 이상부터는 1년 초과시마다 3개월씩 가산해 퇴직금을 계산한다.
협회 한 회원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회원들은 사무실 운영도 어려운 판에 말도 안되는 급여 규정"이라며 "공인중개사협회가 신의 직장이냐"고 토로했다.
협회 직원 인사는 회장 마음대로 단행됐다. 학력, 경력, 자질 등 기준은 필요가 없었다. 또다른 협회 회원은 "회장으로 당선된 뒤 선거과정에서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았던 직원 등 24명을 해고조치했다"며 "이들 중 14명은 부당한 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해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멀쩡한 직원들을 잘라내고 회장 처남부터 정치권 인사의 비서, 며느리까지 협회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덧붙였다.
◇내홍 원인은 회장 전횡…회원들 실망·불신 확산
공인중개사협회는 수차례 난투극, 검찰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정도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새 회장 선출, 정관 개정 등을 놓고 이 전 회장의 직무대행이 이끄는 기존 집행부와 협회 개혁을 원하는 회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협회 또 다른 대의원은 "이사회 소집부터 정관 개정까지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현재의 정관이 큰 문제"라며 "올바른 협회 운영을 위해서는 정관 개정 등 협회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회원들은 협회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협회 회원 C모 씨는 "협회 운영상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최근 폭력사태로 공인중개사들이 조직폭력 단체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