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한 회사채, '자금줄' 입지 굳혔다

더벨 이도현 기자, 이윤정 기자 2011.01.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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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더벨 리그테이블/DCM]연간 81조원...외화조달처 다각화 노력

더벨|이 기사는 01월03일(06:5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10년 회사채 발행액은 연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었다. 금융위기 이후 부족한 유동성을 채울 필요가 있던 우량 기업이 2009년에 나와 회사채 발행은 줄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크게 한번 열린 회사채시장의 문은 쉽게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발행사가 속속 등장하고 조달목적도 다양해지는 등 자금조달의 튼튼한 루트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 발행액 81조 넘어...전년 동일 수준



2010년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발행된 회사채는 총 81조 103억 원으로 일반 회사채가 45조 4554억 원, 여전채가 24조 4316억 원, ABS가 11조 123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발행액 81조 5478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연초만 해도 회사채 발행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봤다. 금융위기 이후 웬만한 우량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발행,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외받았던 A급 이하 기업들이 적극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역사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발행사 입장에선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등 업종을 대표하는 대장주들도 회사채 시장에 속속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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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물 기준으로 AA급 회사채의 민평 금리는 5.43%로 시작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연말엔 4.46%로, 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BBB+급의 경우 9.23%로 시작해 7.85%로 마감해 하락 폭이 더 컸다. 신용스프레드는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축소 국면이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이슈·연평도발 지정학 리스크 등 특정 이슈가 발생할 때 급격한 혼조세를 보이기도 했다.



◇ M&A·시설투자 등 발행목적 다양화

2009년과 비교해 2010년 회사채 발행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조달목적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유동성 확보·차입금 상환에 국한된 채권 발행이 M&A용 인수자금 조달, 공장 증설 등 시설투자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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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롯데그룹은 M&A 자금 조달용 채권 발행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롯데쇼핑의 GS백화점·마트(4000억 원, 1억 달러), 롯데칠성음료의 필리핀 펩시(5500만 달러), 코리아세븐의 바이더웨이(1000억 원), 호남석유화학의 타이탄 케미칼(3000억 원, 3억5000만 달러), 롯데삼강의 파스퇴르 유업(400억 원) 인수를 위해 1조 4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금융계열사를 제외하면 그룹 전체 발행액의 절반 정도가 인수자금이었다.

롯데 외에도 포스코, 현대그룹, 하나금융그룹 등이 진행 중인 M&A를 위해 인수자금의 일부를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시설투자 자금용으론 5조 47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발행됐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5000억 원), LG이노텍(3600억 원), LG디스플레이(3000억 원) 등 IT기업들과 한국수력원자력(9930억 원), 한국지역난방공사(5956억 원), GS칼텍스(5000억 원), 에쓰오일(3145억 원), OCI(2000억 원), 현대오일뱅크(2000억 원), 평택에너지서비스(1500억 원)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줄을 이었다.



◇ 여전채 발행 폭발...ABS는 주춤

지난해 회사채 발행 특징으로는 여전채와 ABS 발행의 역전 현상도 꼽을 수 있다.

2009년엔 여전채가 16조 21억 원, ABS가 19조 1393억 원어치 발행됐다. 그런데 2010년엔 여전채 발행물량이 ABS를 넘어섰다. 물량만 놓고 보면 2배가 넘는다.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여전채는 시장에서 큰 인기를 받았다. 신용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는 메리트를 십분 활용했다. 기업 별 발행규모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사 중 6개 사가 여전사였다. 분기 별 발행규모를 살펴봐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가계 금융의 빠른 회복세를 반영하듯 카드사와 자동차 할부금융 등 가계 금융 중심 기업들의 발행이 많았다. 이들은 복리, 1개월 이자지급, 변동금리, 콜옵션 등 다양한 옵션이 붙은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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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는 2009년 정부의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과 은행의 건전성 강화정책 영향을 받아 발행 규모가 급증했다. 하지만 2010년엔 일단 위기를 넘겼다는 판단에 정책 성격이 짙은 ABS 발행은 크게 줄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가 원활치않은 점도 발행규모가 줄어든 데 한 몫 했다.

그나마 토지주택공사(LH)의 2조 원 규모 ABS가 시장의 불씨를 살렸다. SK텔레콤으로부터 단말기할부금융채권을 양도 받은 하나SK카드도 처음으로 ABS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올해엔 주기적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 외화조달처 다각화...정금공 글로벌 채권 첫 발행



지난 한 해 동안 발행된 해외공모채권은 175억 9600만 달러 정도였다. 통화 별로는 달러화가 144억7000만 달러, 총 조달 규모의 82.23%를 차지했다.

사무라이채권은 6번 발행 되면서 엔화 비중이 10.86%를 기록했다. 그 동안 위축됐던 일본 투자자들이 투자심리를 회복하면서 발행이 활발해진 것이다. 기존에 일본 자금 시장에 진출했던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현대캐피탈 외에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발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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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행사의 영원한 숙제인 외화조달처 다각화는 2010년에도 이어졌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달러는 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대만에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수출입은행은 대만의 풍부한 개인 달러 예금 자금을 원천으로 2억7000만 달러 규모의 포모사 본드를 발행했다.

2010년엔 일반 기업, 공기업 등이 글로벌 채권 발행에 가세하면서 해외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한국물을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현대자동차는 체코법인과 미국법인을 통해 채권을 발행, 그 동안 한국물에 투자하지 않은 새로운 해외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정책금융공사는 공사 설립 이후 첫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광구 지분을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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