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런 설정이 현실에도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자택이 그렇다. 그의 집이 '금녀'의 공간이 된 사연은 이렇다.
정 회장의 오랜 지인은 "사별한 상태에서 주위에 여성을 두면 혹시라도 괜한 오해를 받을까 우려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 회장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품질경영' '현장경영'이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수출을 시작할 때 직접 시승한 후 모기소리만한 소음을 지적하며 "이대로는 못판다"고 개선지시를 내린 일이나 당진제철소 건설현장 곳곳을 챙기느라 구두가 진흙범벅이 된 일화가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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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들이 뛰놀 때 다칠까봐 집안의 가구 모서리마다 손수 천을 덧댈 정도로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그다. 정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 아래 현대차그룹은 올 한해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시장에서 지난 11월까지 지난해보다 25% 많은 521만9909대를 팔았다.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약 570만대로 지난해(464만대)보다 100만대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100여년이 넘는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과 칭찬보다 도전과 독려를 선택했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께서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와 임원회의 등에서 기록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칭찬보다 내년 공격적 판매확대와 빈틈없는 품질관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내년 현대차그룹의 생산 판매목표는 640만대다.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을 바짝 뒤쫓아 '글로벌 톱3'에 성큼 다가선다는 목표다. '에쿠스'의 북미시장 진출, '신형 그랜저' 출시 등을 앞세워 품질향상에 따른 고급화전략, 이른바 '제값받기'도 본격화된다.
정 회장의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가 승승장구하는 현대차그룹의 숨은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