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자택 '금녀의 공간' 된 이유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0.12.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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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우미 남자로 교체… 철저한 자기관리 '품질경영' 트레이드 마크로

정몽구 회장 자택 '금녀의 공간' 된 이유


굴지의 대그룹 회장댁. 청소와 요리 등 각종 집안일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남성이다.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런 설정이 현실에도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자택이 그렇다. 그의 집이 '금녀'의 공간이 된 사연은 이렇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인 고 이정화 여사가 세상을 떠난 후 측근에서 보좌하는 직원을 모두 남성으로 바꿨다. 심지어 집안에서 요리와 빨래하는 가사도우미까지 남성으로 교체했다.

정 회장의 오랜 지인은 "사별한 상태에서 주위에 여성을 두면 혹시라도 괜한 오해를 받을까 우려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 회장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1938년생)에도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비며 현대차 (244,000원 ▼3,000 -1.21%)그룹을 세계무대의 중심에 올려놓은 저력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오전 6시 전에 서울 양재동 본사로 출근한다. 부회장들은 오전 6시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당진제철소 제2고로 화입식 때도 행사 시간보다 4시간이나 빠른 오전 6시에 현장에 도착, 직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품질경영' '현장경영'이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수출을 시작할 때 직접 시승한 후 모기소리만한 소음을 지적하며 "이대로는 못판다"고 개선지시를 내린 일이나 당진제철소 건설현장 곳곳을 챙기느라 구두가 진흙범벅이 된 일화가 단적인 예다.


손자들이 뛰놀 때 다칠까봐 집안의 가구 모서리마다 손수 천을 덧댈 정도로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그다. 정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 아래 현대차그룹은 올 한해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시장에서 지난 11월까지 지난해보다 25% 많은 521만9909대를 팔았다.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약 570만대로 지난해(464만대)보다 100만대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100여년이 넘는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과 칭찬보다 도전과 독려를 선택했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께서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와 임원회의 등에서 기록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칭찬보다 내년 공격적 판매확대와 빈틈없는 품질관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내년 현대차그룹의 생산 판매목표는 640만대다.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을 바짝 뒤쫓아 '글로벌 톱3'에 성큼 다가선다는 목표다. '에쿠스'의 북미시장 진출, '신형 그랜저' 출시 등을 앞세워 품질향상에 따른 고급화전략, 이른바 '제값받기'도 본격화된다.

정 회장의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가 승승장구하는 현대차그룹의 숨은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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