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관심이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액 투자자들이 앞 다퉈 실물형 부동산펀드 가입에 나서기 때문이다.
다올운용은 하나대투증권 사옥을 약 2900억원에 사들였다. 1300억원은 하나은행 부동산담보대출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가를 상대로 각각 800억원씩 펀드를 팔았다.
하나은행 PB 관계자는 "주로 1억원에서 5억원 사이에서 가입한 고객들이 많았고, 1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투자한 고객도 있었다"면서 "조기 종료 이후에 추가로 가입하겠다는 고객도 있었지만 한도가 소진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귀띔했다.
이 펀드는 한 번 가입하면 중도해지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다. 부동산펀드 특성상 만기가 5년으로 긴 편이다. 장기간 거액이 묶이는데도 '큰 손' 투자자들의 주문이 폭주한 것은 매력적인 수익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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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연 6.5%다. 여기에 3개월마다 일정 수준의 이자가 지급되는 구조라 복리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연 3%후반인 정기예금 금리보다 2배 가량 높다. 부동산을 직접 살 경우 가격하락, 세금 및 임대료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펀드를 선호한 것.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실물 투자형 부동산 펀드를 만들고 싶지만 국내 시장에선 적당한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하나대투는 정말 드물게 나온 케이스로 임대 계약, 공실률 부분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펀드가 큰손 고객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물이 아닌 PF대출 채권에 투자한 특별자산펀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지난 7일 '골든브릿지특별자산8호'(설정액 650억)를 278억원(42.86%) 상각 처리했다. 시행사 부도 탓이다. 두 번째 만기연장을 위해 이달 말 수익자총회를 열 계획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져야 부동산 개발 사업이 활성화 되는데 현재는 신규수요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PF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지지부진한 사업진행으로 이자지급은커녕 원금 손실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부동산펀드 순자산 규모는 8041억원(8일 기준)이다. 이 가운데 대출채권형 펀드(7741억원) 비중이 96%로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