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DTI 규제의 명암

머니투데이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2010.09.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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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DTI 규제의 명암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본래 연간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된 DTI 규제는 가계의 대출총액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대출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대출규제는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란 소득과 부채액 그리고 이자율로 결정되는데, 기존 DTI 규제는 소득과 부채액만 고려한 것이다. 기존 DTI 규제가 갖고 있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2007년부터 DTI 규제를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비율로 바꿨다.



이 DTI 규제는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제됐다가 2009년 하반기에 다시 전면적으로 재도입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도입, 해제, 재도입의 부침을 거듭하던 DTI 규제가 이번 8·29대책으로 다시금 해제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주택 거래량이 극도로 감소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보니 주거이동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나마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에 DTI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한 이유로 보인다.



사실 거래량만 놓고 보자면 현재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2008년말 세계 금융위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3884가구로, 2008년 11월의 3495가구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로서도 무엇인가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DTI 규제 해제에 대해 시장에는 2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것같다. 하나는 정부가 가계빚을 동원해서라도 주택시장을 부양하려 한다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한시적인 해제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자는 이번 대책으로 가계가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함으로써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주택시장이 과열될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LTV 규제라는 또다른 금융규제가 남아 있고, 주택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인지라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이번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더라도 내년에 다시 DTI 규제가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주택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인 것 같다. 주택을 투자재로 접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각은 타당하지만 이번 대책의 목적은 주거이동을 원하는 실수요자의 애로를 타개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DTI 규제 해제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도 없고, 과도하게 기대할 이유도 없는 것같다. 이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DTI 규제가 도입과 해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장참여자들이 내성을 갖기 시작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시장참가자들은 정부가 규제를 해제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그런 기대가 실현될 때까지 거래를 중단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내성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언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지 완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은 불확실한 예측에 의존해서 거래를 해야 하는 것이다.

DTI 규제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필요한 규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상황에 따라 DTI 규제비율을 확대했다 축소했다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규제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이다. 규제를 하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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