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서는 강제 폐지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측면에서 존속안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존속을 위해서는 과학고 수준의 교육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려 있어 현 체제를 고수할 수 있는 외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속론, 폐지론 체면 모두 살려 = 연구팀이 이날 제시한 외고 개편안은 '존속부터 자율형사립고 등 다른 형태의 학교로 전환까지 외고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되 존속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1안)'과 '특목고 지위를 없애고 외국어중점학교로 전환하는 방안(2안)' 등 두 가지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필두로 정치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외고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는 측면에서 뽑은 칼을 다시 넣는 것도 부담이다. 때문에 연구팀은 외고 존속의 요건으로 '과학고 수준의 학급·학생수 조정'을 요구하는 안을 포함시켰다. 존속론자와 폐지론자의 체면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박 교수는 "외고 정원이 과학고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며 "학급당 학생수와 전체 외고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1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담으로 변신 쉽지 않을 듯…"의지의 문제" = 1안이 채택된다고 가정했을 때 외고들은 외고로 존속하거나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일반계고 중 하나를 2012년까지 선택, 전환해야 한다. 현재 자율형공립고 전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체 30개 외고 가운데 12개 공립 외고의 경우 정부 유도에 따라 자율형공립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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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18개 사립 외고의 경우 존속 또는 국제고나 자율형사립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교육계 안팎에서는 자율형사립고보다는 존속 또는 국제고에 대한 선호도가 더 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려면 법인전입금 부담이 연 7~8억원 정도로 대폭 커지는 반면, 학생선발권은 추첨제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지역 142개 사립고교를 대상으로 자율형사립고 전환신청을 받은 결과 전환신청률이 23%(33개교)에 그친 것도 이를 잘 반영해 준다.
그러나 외고가 현 체제를 유지하거나 국제고로 전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교육여건을 과학고 수준으로 맞출 만큼 재정상태가 양호한 외고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30개 외고 가운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될 수 있을 정도의 재정을 갖춘 곳은 3~4개 학교에 불과하다. 결국 재정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지거나 존속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한 외고 존속 또는 국제고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의 학교 규모, 재정상태만 갖고 일괄적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학교의 의지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고가 국제고로 전환되더라도 필기시험 등 학생선발권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고 전환은 겉옷만 바꿔입는 것일 뿐 사교육 부담은 그대로 지속된다는 지적을 고려해 교과부가 다음달 10일 최종안을 발표할 때 전반적인 고교입시 개선안을 담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다음달 10일 발표되는 최종안은 외고개선안이 아니라 고교체제 개편안이기 때문에 국제고 등을 포함해 고교입시 전반에 대한 개선안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