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RM 그리고 에스파의 절묘한 컴백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5.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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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도어/사진=어도어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임원진 사이의 내홍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들은 이와 별개로 컴백을 준비 중이다. 이는 사태의 중심에 있는 뉴진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뉴진스의 컴백을 전후로 절묘한 컴백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하이브 레이블 소속 RM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가 주인공이다.

뉴진스는 24일 더블 싱글 'How Sweet'(하우 스위트)를 발매한다. 지난해 7월 발매한 'Get Up' 이후 약 10개월 만의 컴백으로 타이틀곡 '하우 스위트'와 수록곡 '버블 검', 두 곡의 연주곡 등 총 4곡이 실렸다.



지난달 26일 컴백 프로모션을 앞두고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하며 뉴진스의 컴백에 지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단순 감사로 끝난 것이 아니라 '경영권 찬탈 기도', '콘셉트 표절' 등 폭로전을 거쳐 결국 법적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브와 어도어 모두 뉴진스의 컴백에는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서로의 약속대로 뉴진스는 외부의 여러 이슈 속에서도 착실하게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공개된 '버블 검' 뮤직비디오는 많은 화제를 모으며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다.



정식 음원 발매까지 앞으로 더 많은 프로모션 콘텐츠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른들의 싸움에 뉴진스가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많은 K팝 팬들 역시 뉴진스의 컴백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빅히트/사진=빅히트
24일에 컴백하는 가수는 뉴진스뿐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 RM 역시 솔로 2집 '라잇 플레이스, 롱 퍼슨(Right Place, Wrong Person)'을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2022년 12월 발매한 정규 1집 'Indigo'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발매하는 솔로 앨범으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 같은 순간을 담은 앨범이다.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얼터네이티브 장르의 음악 11곡이 담겼으며 RM은 전곡 작사에 참여했다.

뉴진스는 어도어, RM은 빅히트 소속이지만 큰 틀에서는 모두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다. 일각에서는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가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뉴진스를 견제하기 위해 RM의 컴백 날짜를 뉴진스와 동일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빅히트는 이미 민 대표와 공유했고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실제로 RM의 앨범으로 뉴진스를 견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직 3년 차인 뉴진스는 여전히 폭넓게 대중을 공략하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탄탄한 코어 팬덤을 보유한 RM은 솔로 앨범을 통해 자신이 가진 뚜렷한 음악색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의 타깃층이 다르기 때문에 RM의 앨범이 뉴진스의 앨범을 견제할 것이라는 추측은 다소 비약에 가깝다.

다만 "뉴진스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 말한 민희진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민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 달 남짓 남은 홍보 기간에서의 잡음을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진=SM/사진=SM
뉴진스의 컴백 3일 뒤인 27일에는 에스파가 정규 1집 '아마겟돈'(Armageddon)을 발매한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미니 4집 'Drama' 이후 6개월 만의 컴백이다. 더블 타이틀곡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을 비롯한 10곡이 수록됐으며 리얼 월드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다중 우주로 확장되는 aespa 세계관 시즌 2의 서사를 담아냈다.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는 걸그룹이 비교군에 묶이는 경우는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뉴진스와 에스파는 그 이상의 미묘한 기류가 섞여 있다.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 당시 방시혁 의장과 나눈 대화에서 에스파가 언급됐기 때문이다. 당시 방 의장은 민 대표에게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는 대화를 보냈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인 민 대표에게 의도적으로 에스파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화는 뉴진스가 데뷔하기 전인 2021년 12월 나눈 것이다. 또한 에스파를 언급한 방 의장에게 민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누구를 밟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는 부처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일하다 보면 표리부동한 느낌이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발매 시기가 겹치면서 많은 팬들은 뉴진스와 에스파의 대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에스파는 외부의 시선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최대치를 끌어냈을 확률이 높다.

이렇듯 뉴진스의 컴백을 중심으로 절묘한 컴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혼란스러운 K팝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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