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중요성, '포지션만 7개' 백업→'대체 힘든' 핵심으로

잠실=김동윤 기자  |  2021.10.17 05:15
최원준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외야 수비를 하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외야 수비를 하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데뷔 후 4년간 백업 선수로 7개의 포지션을 전전하던 최원준(24)이 어느덧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맷 윌리엄스(56)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KBO리그 정규 시즌 원정 경기를 앞두고 최원준의 공백에 대한 질문에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사실 최원준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반을 되돌아보면 타격을 포함한 공격 쪽이나 수비 쪽에서 리그 전체에 위협이 될 만한 활약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날도 윌리엄스 감독의 높은 평가를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2회말 김재호의 우전 안타와 3회말 김재환의 우전 안타 때 2루 주자들은 거리가 상당함에도 최원준의 어깨를 의식해 홈까지 들어오지 못했다. 이 밖에도 몇 차례 자신 쪽을 향하는 타구를 뜬 공 처리하는 등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보였던 아쉬운 타구 판단도 개선된 모습이었다.

최원준(오른쪽)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5회초 2루 도루에 성공했다./사진=KIA 타이거즈 최원준(오른쪽)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5회초 2루 도루에 성공했다./사진=KIA 타이거즈


타격과 주루에서도 눈에 띄었다. 2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좌전 1타점 적시타를 신고했고, 5회초에는 중전 안타로 나가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올 시즌 33번째 도루였다.

7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 후 또 한 번 도루를 시도했고, 2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2루를 훔치는 것 자체는 최원준이 빨랐다. 그러나 2루 베이스를 짚은 최원준의 손이 태그하는 유격수 김재호의 글러브에 밀려 자연스럽게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2루심은 이 순간을 두고 아웃을 선언했으나, 최원준이 발끝으로 끝까지 베이스를 터치하려는 집요함이 돋보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아웃으로 원심 유지가 됐지만, 중계진도 비디오 판독 요청은 할 만한 것으로 판단했다.

2안타를 추가한 최원준은 시즌 성적을 130경기 타율 0.296(537타수 159안타) 4홈런 40타점 77득점 33도루, 출루율 0.378을 마크했다. 팀 내 최다 안타, 최다 도루 자리, 출루율 1위를 유지한 것은 물론이고, 리그 전체에서도 안타 3위, 도루 3위, 출루율 4위(200타석 이상 소화)에 오르며 1번 타자로서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IA는 돌격대장 최원준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에 6-4로 승리했다.

최원준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2회초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2회초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2016년 데뷔 후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7개 포지션 모두를 소화하던 과거를 떠올린다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닌 데에는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가진 재능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전임 감독들은 최원준의 빠른 발과 강한 어깨 등 뛰어난 운동 능력을 살릴 포지션을 찾았지만, 그 사이 최원준은 지쳐만 갔다. 데뷔 첫 2년간(2016년~2017년) 타율 0.328, OPS(출루율+장타율) 0.847로 가능성을 보이던 그의 타격 성적도 이후 2년간(2018년~2019년) 타율 0.240, OPS 0.626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임한 윌리엄스 감독이 최원준의 자리를 외야로 못 박으면서 차츰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올 시즌은 외야 전 포지션을 오가던 지난해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우익수로 붙박이 출전을 하면서 기량을 만개했다. 좋은 활약의 이유로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4월 21일 LG전을 앞두고 "최원준이 올해 우익수로 고정적으로 출전 중인데 편안해한다. 그 때문에 타석에서도 좀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답했었다.

풀타임 첫해 드디어 고정 포지션을 갖고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게 됐지만, 최원준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 서류를 내기로 결정했다. 선수와 팀 모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 윌리엄스 감독은 "어떻게 하면 최원준을 대체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이번 비시즌에 외야 FA가 많아 구단과 함께 신중하게 결정할 것 같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최원준이 시즌을 잘 마무리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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