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가 도루 1위라니! 키움엔 '야구천재'가 한 명 더 있다

김동윤 기자  |  2022.05.31 13:04


키움 김혜성./사진=OSEN 키움 김혜성./사진=OSEN
키움 히어로즈에는 이정후(24) 말고도 '야구 천재'가 한 명 더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개념' 4번 타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김혜성(23)이다.

올 시즌 키움은 중심 타자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외부 FA도 없는 상황에서 박병호(36·KT), 박동원(32·KIA)이 차례로 팀을 떠났고, 기대했던 야시엘 푸이그(32·키움)는 KBO리그 적응이 더뎠다.

결국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지난해까지 1군 560경기 15홈런에 불과했던 김혜성에게 4번 타자 역할을 맡겼다. 지난 10일 처음 4번 김혜성 카드를 내세울 때는 특별히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다. 푸이그를 2번 타순으로 옮기는 것이 주목적임을 분명히 했고 "김혜성의 타격 페이스가 제일 낫다.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10~11일 이틀간 김혜성의 성적 역시 7타수 1안타로 성과는 좋지 않았다.

이후 3번과 5번을 오가던 김혜성의 타순은 20일 고척 한화전부터 다시 4번으로 고정됐다. 임시방편으로 맡긴 박찬혁(19) 등 4번 후보들이 미덥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반면 김혜성은 같은 기간 타율 0.291(24타수 7안타)로 중심 타선에서도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4번을 다시 맡은 20일부터 30일까지 9경기에서 김혜성은 타율 0.389(36타수 14안타), 출루율 0.415, 장타율 0.611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14안타는 리그 공동 3위, 타점은 9개로 공동 6위, OPS(출루율+장타율)는 1.026으로 공동 9위다. 홈런 하나 없지만, 빠른 발로 부족한 장타력을 메웠다. 2루타 2개, 3루타 3개(1위)를 때렸고 20일 경기에서는 안타 후 도루를 두 차례 보여줬다.

키움 김혜성(왼쪽)이 3루에 슬라이딩하고 있다./사진=OSEN 키움 김혜성(왼쪽)이 3루에 슬라이딩하고 있다./사진=OSEN
더욱 놀라운 것은 득점권에서의 타점 생산 능력이다. 김혜성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413으로 팀내 1위, 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꾸준히 중심 타선에서 기회를 얻은 이정후(득점권 타율 0.372)와 타점이 4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이정후 31, 김혜성 27타점).

보통 4번 타자에게는 누상에 나간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클러치 능력을 기대한다. 장타자들을 4번에 배치하는 것도 가장 확실하게 득점을 낼 수 있는 방식이 홈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4번' 김혜성은 홈런 타자만큼이나 장타를 때려내고 득점권에서 강해 제 몫을 다해내고 있다. 올 시즌 홈런은 단 2개뿐이지만, 타율은 0.300을 기록 중이다.

담장을 넘기지 못하는 대신 빠른 발로 홈까지 도달하는 '신개념 4번 타자'의 탄생인 셈이다. 현대 야구에서 도루로 한 베이스를 더 간다는 것은 기대 득점이 낮아 그리 권장되지 않지만, 김혜성처럼 뛰어난 도루 성공률을 갖추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김혜성은 지난해 무려 92%의 성공률로 도루왕(46개)에 올랐고 통산 도루 성공률도 85%(163회 시도 139회 성공)에 달한다.

김혜성은 올 시즌에도 17개의 도루로 김지찬(삼성)과 함께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4번타자 도루왕'이라는 진귀한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어딜 보내든 제 몫을 해내는 김혜성은 키움의 복덩이와 다름없다. 2017년 데뷔해 첫 3년간은 김하성(27·샌디에이고)의 백업 역할을 충실히 해줬고 2020년에는 처음 경험한 외야 자리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으로 공백을 메웠다. 이제는 수년간 팀 내 가장 골칫거리였던 4번 타순에서 리그 수위권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마지막 퍼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픽=이원희 기자 /그래픽=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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