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대훈' 어떤 금메달리스트보다 태권도 정신 알리고 떠났다

김동윤 기자  |  2021.07.28 16:40
이대훈(오른쪽)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승자 자오 슈와이를 축하했다./사진=뉴스1 이대훈(오른쪽)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승자 자오 슈와이를 축하했다./사진=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이 지난 27일을 끝으로 2020 도쿄 올림픽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많은 아쉬움이 남은 대회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첫 정식 종목이 된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고, 11년간 대한민국 태권도를 대표했던 이대훈(29·대전시청)이 은퇴를 알렸다.

이대훈에게 이번 도쿄올림픽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마지막 기회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만 18세의 나이로 첫 태극마크를 단 이대훈은 11년간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 선수로 활약했지만,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2012 런던 올림픽 58kg급에서 은메달, 2016 리우 올림픽 68kg급에서 동메달이 전부였다.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고 해서 이대훈의 위상이 흔들리진 않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복 없이 꾸준히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대훈은 월드 그랑프리 시리즈 13회 우승을 포함해 파이널 5년 연속 우승(2015~2019),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2011, 2013, 2017), 아시안게임 3회 우승(2010, 2014, 2018) 등 수많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고, 세계태권도연맹이 선정한 올해의 남자 선수에도 4회(2015, 2016, 2017, 2018) 선정됐다.

신체 나이가 들수록 기량은 더욱 완숙해져서 세계태권도연맹이 매달 점수를 매기는 68kg급 랭킹에서도 2017년 6월 이후 약 4년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2의 이대훈, 이대훈의 라이벌은 숱하게 나왔지만, 이대훈은 한결같이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이대훈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푼통 나차를 안아주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대훈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푼통 나차를 안아주고 있다./AFPBBNews=뉴스1


실력과 더불어 이대훈에게는 신인 시절부터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태권도 정신에 기반한 상대에 대한 예의 그리고 배려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63kg급 챔피언에 오른 이대훈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에게 패한 푼통 나차(태국)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었다.

단순한 승자의 여유가 아니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이대훈은 8강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패했지만, 기쁨에 흐느끼는 아부가우시의 어깨를 토닥이며 승리를 축하해줬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무대인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결같았다. 이대훈은 지난 25일 자오 슈와이(·중국)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슈와이의 손을 들어주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세계화된 태권도의 종주국 선수로서 긴 시간동안 모범이 됐다. 태극마크를 단 그의 모습을 동경해 태권도를 시작한 수많은 '이대훈 키즈'들은 올림픽 메달의 색깔이 중요치 않음을 깨닫게 했다.

이대훈(왼쪽)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승자 아흐마드 아부가우시를 축하를 건네 화제가 된 바 있다./AFPBBNews=뉴스1 이대훈(왼쪽)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승자 아흐마드 아부가우시를 축하를 건네 화제가 된 바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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