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우리들의 블루스' 차승원, 차주부에서 차가장으로!

이수연 방송 작가  |  2022.04.22 16:12
우리들의 블루스 /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 사진=tvN
국어사전에 배우란 '연극이나 영화 따위에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하여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어떠한 극의 등장인물'이 되어 가상의 삶을 진짜처럼 연기하는 사람들이 배우란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배우들을 만나 보면 '어라? 영화나 드라마랑 다르네?', 혹은 '저렇게 수줍음이 많은데 극 중에선 어떻게 연기를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원래의 본 모습과 연기할 때의 모습이 같지 않다는 건, 결국 극 중 인물의 삶이 마치 그 배우의 본 모습인냥 착각이 들만큼 연기를 잘 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인들에게 연기하라고 하면 아마 죽어도(?) 못 할 것이다. 아니 연기는커녕 말투, 표정, 몸짓 등 원래 모습과 극 중 인물이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 '배우는 타고 난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배우들이 극 중 인물로 완벽하게 바뀌는 건 그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한 결과다. 아무리 허구 속 인물이라고 해도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그 캐릭터와 완벽하게 동일시 되도록 원래의 자아를 버리고 극 중 인물에 몰입한다. 말투, 표정, 몸짓은 물론 생각과 감정까지도 말이다. 극 중에서 우울하고 어두운 삶을 연기한 후 그 작품이 종영되어도 한참 동안 감정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우울함이 이어지는 경우도 이런 몰입도에서 비롯 된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배우는 배우'다. 이런 감탄이 저절로 나온 연기자가 있다. 바로 차승원이다. 차승원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를 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역대급 캐스팅으로 시작 전부터 이미 화제였다.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차승원, 이병헌, 엄정화,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이정은, 고두심, 김혜자까지 우리나라의 탑 배우들이 한 곳에 드라마다. 이들 중 한 명만 드라마에 출연해도 화제인데, 드라마 전체에 탑 배우들이 모였으니 '대체 이 드라마는 뭘까?'하는 궁금증이 절로 들 수밖에.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식 드라마로 총 20회 중에서 몇 개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들이 나뉜다. 그 첫 에피소드로 차승원과 이정은이 주인공이었던 '한수와 은희' 편이 방송 되었다.

차승원은 극 중 한수 역을 맡았다. 한수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 보면 골프선수하는 미국에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다. 명문대를 나와 좋은 은행에 취직한 엘리트지만 개천에서 용난 형세였기에 딸 뒷바라지에 등골이 휘었다. 집을 담보로 대출빚에, 이것도 모자라 친구들에게도 손 벌리며 아쉬운 소리하며 지낸다. 그러다 발령 때문에 서울에서 고향인 제주로 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자신을 짝사랑했던 은희(이정은 분)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웬걸 은희는 생선 장사를 하며 자산 12억에 빌딩을 몇 채 가진 알부자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미국 생활에 딸과 아내는 계속 골프를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하지만, 그 동안 투자한 시간, 땀, 비용이 아까워 포기하지 말라는 한수. 자신에게 친구들이 등을 돌렸지만, 이번에 은희에게 희망을 가져본다. 그래서 멀쩡한 아내와 별거했다고 거짓말 하며 은희에게 접근 아닌 접근(?)을 한다. 스스로 이러는 자신의 모습이 화끈거리면서도 돈이 웬수(?)다, 돈 때문에 비겁한 선택을 하지만, 결국 탄로 나고 만다. 한 마디로 말해, 한수 역할은 너무나 짠하고, 그러면서도 찌질한 중년 가장의 모습이다.

이 역할을 차승원이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채널의 '삼시세끼'에서 차주부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말이다. 어떤 음식 재료든, 어떤 상황에서든 맛있는 한 끼를 뚝딱 만들어 내던 그.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왠만한 주부보다 더 음식을 잘 하던 그. 식당에서만 먹어보던 음식도 몇 가지 재료를 넣으면 다 완벽하게 만들어내던 그. 입담도 넘쳐서 시청자들을 계속 웃게 만들던 그. 그렇게 씩씩하고 활기차던 차주부가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너무나 찌질하면서도 짠내나는 모습으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정말 같은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달라졌다. 그러니 역시 배우는 배우다, 라고 감탄할 수밖에.

* '우리들의 블루스', 차승원의 짠내나는 연기를 신호탄으로 공감하게 만든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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