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라커 옆자리 TB 외야수 "KBO 우승 감독이 내 장인 어른"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2022.04.13 14:40
탬파베이 브렛 필립스(오른쪽)가 지난 해 9월 휴스턴전에서 홈런을 때린 최지만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탬파베이 브렛 필립스(오른쪽)가 지난 해 9월 휴스턴전에서 홈런을 때린 최지만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인트피터즈버그(미국 플로리다주)=이상희 통신원] 탬파베이(TB) 외야수 브렛 필립스(28)는 한국과 인연이 많다.


현재 최지만(31)의 팀 동료이고 과거에는 문찬종(31·현 키움 코치)과 한솥밥을 먹었다. 또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2017~2018년 두 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으며 우승(2018년)까지 일궈낸 트레이 힐만(59) 전 감독의 사위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필립스는 "지금 최지만과 함께 뛰고, 과거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문찬종과 동료였다"며 "게다가 장인은 한·미·일 3개국 야구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 또한 한국 동료들과 먹은 코리안 바비큐도 좋아하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 문화와 한국프로야구(KBO)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힐만 전 감독에 대해 "장인은 단 한 번도 나에게 야구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강압적으로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며 "내가 먼저 장인에게 야구와 관련된 조언을 구하기 전까지 항상 묵묵히 응원만 해주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장인은 야구 선배이기도 하지만 야구 외적으로도 배울 게 많은 인생 선배 같은 존재"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캔자스시티 시절 브렛 필립스와 아내, 장인 힐만 전 감독(왼쪽부터).   /사진=필립스 SNS 캡처 캔자스시티 시절 브렛 필립스와 아내, 장인 힐만 전 감독(왼쪽부터). /사진=필립스 SNS 캡처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전체 189번)에 휴스턴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한 필립스는 하위 라운드 지명이었지만 빠른 발과 넓은 수비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5년 7월 밀워키로 트레이드된 그는 2년 후인 2017년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8년에는 최지만과 함께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뛰기도 했다.

이후 필립스는 캔자스시티(2018~2020년)를 거쳐 2020년 8월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해 LA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4차전 8회 대수비로 출장한 뒤 6-7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에서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35·애틀랜타)으로부터 상대 실책이 곁들여진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월드시리즈 4차전 끝내기 안타를 내가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지난 해 119경기에서 타율 0.206, 13홈런 44타점으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에는 4경기 13타수 2안타(타율 0.154) 1홈런 2타점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76경기 타율 0.202(122안타), 24홈런 80타점이다.

지난 겨울 처음 연봉조정자격을 얻은 필립스는 구단과 큰 이견 없이 140만 달러(약 17억 3000만원)에 2022시즌 연봉 계약을 맺었다. 당초 미국 현지 언론은 그의 연봉으로 120만 달러(약 14억 8000만원) 정도를 예상했다. 야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팀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은 셈이다.

탬파베이 클럽하우스에서 필립스의 옆 자리 라커를 쓰는 최지만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필립스는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지만 빠른 발을 이용한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경기에 투입돼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브렛 필립스가 2020 월드시리즈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브렛 필립스가 2020 월드시리즈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필립스는 늘 밝은 표정과 에너지를 갖고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지만이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필립스와 함께 하는 축하 세리머리는 한국 팬들에게도 유명하다.

최지만은 "필립스는 동료들이 홈런을 치거나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올리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준다"며 "같은 유니폼을 입은 현역 선수가 필립스처럼 가식 없이 동료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필립스는 지난 12일 오클랜드와 홈 경기에서는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팀이 1-9로 크게 뒤진 8회초 등판해 2이닝 동안 3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9회 수비 때는 상대 타자의 3루 더그아웃 쪽 파울 타구를 마운드에서 총알같이 달려가 슬라이딩하며 잡아내 관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늘 환한 표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필립스는 "매일 야구장에 나와 경기를 뛰거나 못 뛰거나 유니폼을 입고 팬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며 "이런 환경을 나에게 허락해준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욕심이 없기 때문일까. 필립스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팀 동료들은 물론 팬들과 함께 즐겁고 건강하게 필드를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탬파베이 홈구장 내에 전시돼 있는 브렛 필립스 사진.  /이상희 통신원 탬파베이 홈구장 내에 전시돼 있는 브렛 필립스 사진. /이상희 통신원
필립스의 따듯한 마음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그가 유니폼 등번호 35번을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필립스는 리틀야구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 운동한 친구(네이트 리차드)가 있었다. 하지만 고교 1학년 때인 2009년 4월 교통사고로 이 친구를 잃었다. 필립스는 당시 그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내며 '널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훗날 내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면 반드시 너의 등번호(35)를 달고 필드를 누비겠다'고 다짐했다.

필립스는 "프로에 진출한 뒤 2017년 밀워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당시 35번은 다른 동료가 달고 있었다.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됐을 때도 그 번호는 이미 임자가 따로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탬파베이에 합류한 뒤 35번을 사용하던 동료가 트레이드되면서 내가 그 번호를 달 수 있게 됐다"며 "3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죽은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가 안아 드렸다. 여분의 유니폼도 준비해 선물로 드렸다. 내 꿈을 이룬 것보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떠올라 친구 어머니와 함께 말없이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등번호 3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가능한 오랜 시간 야구를 하고 싶다. 그건 내 욕심이 아니라 먼저 떠난 친구의 몫까지 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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