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 '투타겸업', 오타니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07.17 15:48
1920년경 베이스 루스의 모습.   /AFPBBNews=뉴스1 1920년경 베이스 루스의 모습. /AFPBBNews=뉴스1
2021년 후반기를 시작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단연 화제의 주인공은 오타니 쇼헤이(27· LA 에인절스)다. 오타니는 33개의 홈런으로 양 리그 통틀어 1위에 올라 있으며 최고 시속 160㎞가 넘는 불 같은 강속구를 바탕으로 투수로서도 4승 1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하고 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보다는 타자로서 존재감을 더욱 크게 드러내고 있어 투타겸업을 중지하고 타자에 전념해야 하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투수로서 오타니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오히려 선발투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은 물론이고 9이닝당 11.7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오타니가 투수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팀의 1번타자(왼쪽)와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지난 1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팀의 1번타자(왼쪽)와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에도 오타니의 상품성은 투타겸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야구 팬들의 영원한 로망인 강속구 투수와 홈런 타자 역할을 혼자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타니는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타겸업 선수로 알려진 베이브 루스(1895~1948)와 자주 비교된다.

하지만 루스가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활약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1915년부터 1919년까지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1920년부터 1935년까지는 투수로서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이 16년 동안 그는 오직 다섯 번 등판했을 뿐이다.

루스가 양키스 시절부터 사실상 투타겸업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가 홈런 타자로서의 가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1920년 한 시즌 54개의 홈런은 당시만 해도 다른 타자들이 범접하기 힘든 기록으로 루스를 위대한 홈런 타자로 이끈 결정적 동인이 됐다.

오타니와 같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었지만 루스는 투수로서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 좌완 루스의 최전성기는 1916년과 1917년으로 각각 23승과 24승을 기록했다. 특히 1916년에는 평균자책점 1.75로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루스가 투수로 각광받던 시절에도 그는 타자로서의 재능이 더 큰 화젯거리였다. 1916년 발간된 미국 야구전문잡지 <베이스볼 매거진> 7월호는 루스를 "보통의 투수가 가까스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소개했을 정도다.

루스는 1918년과 1919년 각각 11개와 2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 두 시즌 동안 루스는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선발 등판 횟수를 줄여야 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있는 베이브 루스의 조각상.  /AFPBBNews=뉴스1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있는 베이브 루스의 조각상. /AFPBBNews=뉴스1
그의 투타겸업은 이처럼 어려운 도전이었다. 당시 아메리칸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스는 투수로 등판하지 않은 날에 경기에 뛰려면 외야수로 나서야 했다. 이는 지명타자로 활약하는 오타니와 체력적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1919년 루스의 한 시즌 홈런 기록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해 루스가 29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133⅓이닝이나 투구를 했다는 점이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던 시절 투타겸업을 하면서 이룩한 29개 홈런 기록은 가치가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야구란 무엇인가'의 저자 레너드 코페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 시절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루스가 나흘에 한 번씩 마운드에 서고 나머지 사흘은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치자. 그랬다면 아마 투수로서 400승, 타자로서 800개의 홈런을 날리지 않았을까. 아마 그는 투타 양쪽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을 게 틀림없다."(루스는 통산 94승, 714홈런을 기록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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