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씁쓸한 현주소... 9월 A매치 미정은 아시아 유일

김명석 기자  |  2022.08.20 05:45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9월 A매치 기간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진은 여전히 '미정'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아시아 팀들 가운데 상대조차 찾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 이미 경기시간과 장소까지 모두 확정됐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A매치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마지막 A매치 기간이다. 9월 19일부터 27일까지 팀당 2경기씩 치를 수 있는데, 지난 동아시안컵과 달리 손흥민(30·토트넘) 김민재(26·나폴리) 등 유럽파까지 모두 소집이 가능하다. 이른바 최정예 멤버를 꾸려 월드컵 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는 일정이라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월드컵을 준비 중인 팀들이 저마다 발 빠르게 움직여 상대를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더구나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유럽 팀들과는 맞대결이 불가능한 터라 평가전을 준비하는 팀들의 수는 더욱 줄어든 상황. 본선에서 만나게 될 팀과 같은 대륙에 속했거나 스타일이 비슷한 팀 수도 제한적이다 보니, 적절한 평가전 상대를 빠르게 찾는 건 대한축구협회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했다.

개최국 카타르를 포함해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아시아 6개 나라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모두 대진이 확정됐다. 일본의 경우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내달 23일 오후 9시 25분(한국시간) 미국, 27일 오후 8시 55분 에콰도르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일본은 스페인과 독일, 코스타리카와 같은 조에 속했는데, 유럽팀과 평가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코스타리카와 같은 북중미 대륙인 미국, 그리고 남미팀인 에콰도르와 중립 지역에서 평가전 2연전을 치르기로 했다.

이밖에 이란도 중립 지역인 오스트리아에서 우루과이, 세네갈과 평가전을 치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스페인에서 에콰도르, 미국과 각각 격돌할 예정이다. 개최국 카타르도 오스트리아에서 캐나다, 칠레와 2연전을 준비 중이다. 그나마 뉴질랜드와 A매치 맞대결 100주년을 기념해 홈&원정 방식으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호주의 일정만 사뭇 다른 정도다.

지난 6월 6일 한국과 칠레의 친선경기가 열렸던 대전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6월 6일 한국과 칠레의 친선경기가 열렸던 대전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반면 한국은 여전히 어디서, 어떤 팀과 경기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2연전을 계획하고 있고, 2연전 중 한 팀이 코스타리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특히 축구협회가 추진 중인 국내 A매치 개최는 월드컵에 대비해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대신 중립 지역에서 제대로 된 평가전을 치르려는 다른 아시아 팀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문제는 이미 월드컵 본선에 오른 나라들 대부분 발 빠르게 9월 A매치 일정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한국만 9월 A매치 일정이 미정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를 찾지 못한 한국으로선 선제적으로 평가전 일정을 잡은 팀들을 모두 제외하고 '나머지' 팀들과 평가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팀들과 평가전이 불가피한 셈이다.

평가전 상대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코스타리카전도 마찬가지다. 코스타리카는 스페인과 독일,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해 있는데, 유럽팀과 평가전이 불가능한 만큼 일본에 대비한 아시아팀과 평가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른 아시아 팀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 코스타리카보다 한 수 위의 북중미 팀들과 먼저 평가전을 잡았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월드컵에 오른 만큼 평가전 상대로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현재로선 한국이 그런 코스타리카의 유력한 평가전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벤투호 입장에선 월드컵 본선에선 만나지도 않을 북중미 팀과 평가전을 치르는 셈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2연전 중 다른 한 팀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FIFA가 A매치 기간 각기 다른 대륙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팀 입장에선 다른 A매치 한 경기 역시 아시아에서 치러야 하는데, 대부분 아시아 팀들이 유럽으로 떠나는 만큼 다른 상대를 찾기도 쉽지가 않다. 한국과 한 경기만 치르기 위해 방한할 팀을 찾거나, 한국을 중립 무대로 평가전을 치를 팀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내 A매치를 추진하다 보니 평가전 상대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진 셈이다.

결국 현재로선 여러 모로 의미가 크게 떨어지는 마지막 모의고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을 앞두고 최정예를 소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A매치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상대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그리고 월드컵을 앞두고 제대로 된 평가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오롯이 협회의 책임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월드컵을 앞둔 벤투호로 향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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