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할 맛 나는 모두의 축제, 김연경은 계기에 불과했다

순천=김동윤 기자  |  2022.08.18 03:26
흥국생명 팬들이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팬들이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시작은 김연경(34·흥국생명)이었다.


17일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 대회 A조 예선 2차전이 열릴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은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북적거렸다. 사전 판매분은 진즉에 동이 났고 현장에서 판매하는 표를 사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이었다.

그렇게 KOVO컵은 개막 5일 만에 두 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13일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개막전에 3795명의 관중(사전 판매분 3300석, 입석 포함 현장 판매 495석)이 들어선 것에 이어 이번에는 개막전보다 더 많은 3978명의 관중이 몰렸다. 서울에서 기차로 3시간 떨어진 지방에서 열린 평일 오후 7시 경기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배구여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지표였다.

김연경은 어렵게 자신을 찾아온 팬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다. 스트레칭하는 중간중간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팬서비스를 보였고, 김연경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이 집중된 팬들 역시 작은 손짓에도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냈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 모두 KOVO컵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 결과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팬들이 보낸 열기는 흥국생명 선수단뿐 아니라 상대 팀 GS칼텍스 선수단의 마음마저 뜨겁게 했다. 경기 전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부상을 염려할 정도로 선수들이 승부욕을 보이지 않을까 신경썼고,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많은 배구팬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공언했다.

배구팬들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순천 팔마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배구팬들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순천 팔마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시작부터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대회 직전 발생한 코로나 19로 인해 8명이 나서야 했던 흥국생명은 1세트를 25-15로 가볍게 따냈다. 김연경이 포문을 열었고 김다은, 김미연 쌍포가 불을 뿜었다. 처음에는 확연한 온도 차가 있었다. 다른 선수들의 득점 때 경기장이 떠들썩했다면 김연경의 득점 때는 귀가 얼얼할 정도로 함성이 쏟아졌다.

그러나 몰입도 높은 양 팀의 경기에 온도 차는 서서히 사라졌다. 16득점, 리시브 효율 43.48%로 공·수에서 활약한 김연경 못지않게 젊은 선수들도 힘을 냈다. 김다은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8점)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고, GS칼텍스는 문지윤과 오세연으로 맞불을 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문지윤과 오세연은 2세트부터 풀타임 출전했음에도 각각 23점, 12점으로 입단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앞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유서연과 권민지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각각 16점, 14점을 올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언니들도 젊은 피들의 활약에 그냥 물러나진 않았다. 흥국생명이 25-23으로 승리한 4세트는 고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 두 팀의 승패는 5세트까지 가서야 가려졌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2(15-25, 25-19, 25-21, 23-25, 15-13)로 승리해 조 1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GS칼텍스 선수단./사진=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선수단./사진=한국배구연맹


경기 후 권 감독은 "5세트까지 가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첫 세트를 졌을 때 가끔 포기하는 경기들이 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척 좋았다.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라고 칭찬했다.

차 감독도 "시작 전에 관중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바 있는데 승패를 떠나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한 것 같아 배구인으로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어떻게 보면 김연경은 계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는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와 그에 동화된 팬들의 열띤 응원이 합쳐져 결국 모두가 함께 즐긴 축제로 끝났다. 권 감독은 "그동안 코로나 19로 팬들이 많이 없어 선수들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지난 13일 개막전 이후 선수들이 '배구할 맛이 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 정규시즌이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배구는 KOVO컵을 통해 또 한 번 희망과 가능성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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