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연습생 신화'처럼... '130kg 거구'가 잠실 밤하늘 날았다

잠실=양정웅 기자  |  2022.07.17 06:17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이대호(맨 위)가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이대호(맨 위)가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른 이대호(40·롯데)가 17년 전 본인이 헹가래 쳤던 '레전드'처럼 동료들의 축하 속에 작별을 고했다.


이대호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드림 올스타의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에서 팬 투표(125만 5261표)와 선수단 투표(171표) 모두 1위에 오르며 당당히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이로써 그는 2018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올스타전 출전을 이뤄냈다.

이대호의 첫 올스타전은 입단 4년 차인 2005년이었다. 전반기 돌풍을 일으킨 롯데의 활약 속에 동군 3루수 올스타에 선정된 이대호는 인천 문학야구장(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첫 세 타석에서 병살타 포함 모두 범타로 물러났던 이대호는 4-5로 뒤지던 8회 말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서군 투수 지연규를 상대한 그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왼쪽 담장 밖으로 타구를 넘겨버렸다. 6-5 역전을 만들어내며 이대호는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2005 KBO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한 이대호. /사진=롯데 자이언츠 2005 KBO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한 이대호.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본인도 이 홈런을 기억하고 있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역대 올스타전에서 터트린 4개의 대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5년을 꼽았다. 이대호는 "제일 처음에 홈런 때렸던 게 제일 기뻤다"며 "그전까지 안타를 못 치다가 마지막에 친 걸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과거를 추억하던 이대호는 "또 그런 상황이 와야 하고, 그렇게 운이 있어야 한다"며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짜릿한 손맛을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욕심을 낸다고는 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시작된 올스타전, 이대호는 기대했던 홈런을 터트리지는 못했다. 1회 말 1사 1, 3루 찬스에 등장한 그는 나눔 선발 양현종(KIA)과 7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중견수 방향 짧은 플라이를 기록,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은퇴 전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아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를 등에 새긴 이대호. /사진=OSEN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은퇴 전 마지막 올스타전을 맞아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를 등에 새긴 이대호. /사진=OSEN
이어 4회에도 포수 땅볼로 물러난 그는 5회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오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이 타석에서도 이대호는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7회 말 드디어 안타를 터트린 이대호는 팀이 3-6으로 뒤지던 연장 10회 말 1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도 가능한 상황, 그러나 그는 나눔 마무리 고우석(LG)의 빠른 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그는 고우석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이대호(맨 위)가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이대호(맨 위)가 동료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이날 5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대호는 경기 종료 후 또 하나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MVP 등 시상식이 끝난 후 양 팀의 선수들이 모여 그라운드 가운데에서 이대호를 헹가래 치는 장면을 만들었다. 프로필상 194cm-130kg의 거구인 이대호가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첫 올스타전이었던 2005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당시 KBO는 그해 6월 은퇴를 결정한 장종훈(당시 한화)을 위해 이벤트를 열었다. 홈런레이스 명단에 그를 올리고, 서군의 특별초청선수로 올스타전 본 경기에도 나설 수 있게 했다.

경기 내내 벤치에만 앉아 배트를 잡고 있던 장종훈은 이대호의 홈런이 나온 후 5-6으로 뒤지던 9회 초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타석에 들어선 그는 정재훈(당시 두산)의 공을 받아 쳤지만 2루수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장종훈(맨 위)이 2005년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장종훈(맨 위)이 2005년 KBO 올스타전 종료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그리고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장종훈을 헹가래 치며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화려하게 보내줬다. 당시 기준 역대 홈런 1위(340홈런)였던 그는 육성선수 신분에서 홈런왕까지 등극한, 이른바 '연습생 신화'로 유명한 선수였다. 그리고 그 '신화'의 마지막을 올스타전에서 장식했다.

당시 장종훈을 헹가래 치던 선수들 중에는 이대호도 있었다. 당시 23세의 어린 선수였던 그는 17년이 지나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산전수전 다 겪은 40세의 베테랑이 됐다. 훌쩍 커버린 그는 동료와 후배들의 사랑 속에 마지막 올스타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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