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도수 쇼박스 대표 "'비상선언' 믿고 보는 배우들과 한재림 감독의 힘"[★FULL인터뷰] ②

전형화 기자  |  2022.07.13 09:05
영화 '비상선언'을 투자배급하는 쇼박스의 김도수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영화 '비상선언'을 투자배급하는 쇼박스의 김도수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피 땀 눈물이 들어간 대작이다. 순제작비 260억원에 P&A가 포함한 총제작비는 300억원이다. 역대 쇼박스 영화 중 최고 순제작비가 투입됐다. '비상선언'은 항공기에서 테러가 벌어지면서 비상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관상' '더 킹'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와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등 가히 한국영화 어벤져스급 출연진을 자랑한다.


'머니게임' 촬영에 매진하고 있는 한재림 감독을 대신해 쇼박스 김도수 대표를 만나 '비상선언'에 대해 물었다. 김도수 대표는 '비상선언' 기획부터 개봉까지 총괄하면서 영화에 대한 수많은 결정을 함께 했다. '비상선언' 뿐 아니라 최근 LS그룹 장손 구본웅 의장이 설립한 벤처투자사 MCG로부터 1400억원대 투자를 받은 데 대한 궁금증도 함께 물었다.

-'비상선언'은 'KE501'이란 가제로 미리 준비돼 있던 기획이었는데.

▶이 이야기로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가 개발되고 있었다. 계속 관심이 있었다. 한재림 감독은 '관상' 때도 그랬지만 원래 각색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워낙 신뢰가 있었다. '비상선언'은 재난에 맞닥뜨린 다양한 군상들과 그 군상들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드라마 라인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구성은 자칫 루즈해지거나 구태의연해질 수 있는데 한재림 감독이 정말 놀랍도록 굉장히 촘촘한 사건으로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잃지 않도록 각색했다.

-이런 재난영화들은, 특히 한국 재난물은 마지막에 신파로 귀결되곤 하는데. 신파는 영화 안에서 잘 쌓이기만 하면 매우 놀라운 효과를 주는 기법이지만 일부 관객들에겐 신파라면 질색하는 일종의 신파 알러지도 있는데다 자칫 잘못 쌓이면 억지 눈물이란 소리를 듣기도 쉬운데.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한재림 감독이 각색하고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영화 속 감정들을 신파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무수한 감정들이 드라마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끌어져 나오고 동의돼야 영화의 마지막 감정선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상선언'의 감정선은 그렇게 정리돼 있다.

-'비상선언'은 순제작비가 260억원이 투입돼 쇼박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영화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일단 투자 결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한 것이니, 현 상황을 고려하고 한 건 아니다. 영화가 기획되고 예산안을 받았을 때, 제작비가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사이즈를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업사이즈로 한재림 감독의 크레이티브한 부분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서포트하면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스틸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스틸
-'비상선언' 비행기 세트는 미국에서 공수하고, 그 세트를 좌우와 360도 회전하게 하는 특수한 짐볼은 영국에서 공수하기로 했었는데. 그러다가 세트는 미국에서 공수해 왔지만, 짐볼은 한국 VFX업체 데몰리션에서 담당하게 됐는데.

▶항공 재난 영화인 만큼, 비행기 안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겪을 상황을 관객이 얼마나 실감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냐는 게 관건이었다. 한재림 감독은 그래서 가장 실감나는 비행기 장면을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 세트를 공수하길 원했고 그렇게 진행했다. 문제는 짐볼이었는데, '비상선언'은 3개의 특수 짐볼이 사용됐다. 비행기가 비상사태를 겪으면서 단순히 좌우와 상하로 요동치는 게 아니라 360도 회전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했다. 조종석만 전담하는 짐볼도 필요했다. 그런데 당초 영국에서 특수 짐볼을 가져오려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절차가 쉽지 않았다. 가동 인력도 현지 인력을 데려와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나라에 오기를 꺼려하는 등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한국 VFX업체인 데몰리션에서 이런 짐볼 운영을 제안했고,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데몰리션은 이번에 터득한 비행기 짐볼 노하우를 이후 다른 영화에서도 하게 됐다.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그야말로 한국영화계 어벤져스급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배우 출연료만 해도 영화 한편 제작비가 나올 것이란 농담 아닌 농담이 영화계에 나돌기도 했다. 이렇게 초호화 캐스팅을 한 까닭은.

▶'비상선언'은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감정에 관객이 공감해야 한다. 그렇기에 각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들이 공감하도록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캐스팅이 필요했다. 지금 '비상선언' 배우들이라면 관객들이 믿고 그 감정을 따라가기에 충분하지 않겠나. 송강호와 이병헌, 전도연 등 배우들이 흔쾌히 한재림 감독을 믿고 출연을 허락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특히 임시완은 맡은 배역이 이미지 전복이 아주 중요했는데, 흔쾌히 출연결정을 해줬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비상선언'이 초청돼 임시완 이병헌 한재림감독 송강호 등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모습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비상선언'이 초청돼 임시완 이병헌 한재림감독 송강호 등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모습
-'비상선언'은 여러 가제가 있었는데, 지금 제목으로 최종 결정한 까닭은? 사실 비상선언이란 단어가 그리 익숙한 건 아닌데.

▶KE501 같은 경우는 특정 항공사이기도 했고, 테러가 연상되는 가제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과 닿아있는 게 '비상선언'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비상선언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기에 제작 초기부터 비상선언의 뜻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다.

-통상 재난영화는 재난 안과 재난 밖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비상선언'도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행기 밖에서 벌어지는 일로 서사가 구성됐는데.

▶이병헌이 비행기 안의 서사를, 송강호가 비행기 밖의 서사를 이끈다. 그 두 배우가 그걸 제일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송강호는 비행기에 탑승한 가족과의 관계성으로 인한 절박한 서사를 누구보다 잘 연기했고, 이병헌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위기 상황에 맞서는 역할을 정말 너무너무 잘해줬다. '비상선언'은 각 인물들의 상황이나 행동이 작위적으로 느껴지면 망한다고 생각했다. 두 배우를 중심으로 그 누구도 연기에 구멍이 없었다. 믿고 본다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 없다.

-'비상선언'의 어떤 부분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국과 닿아있는 지점이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한 한국의 어떤 선택들과도 닿아있고.

▶'비상선언' 시나리오는 당연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쓰여졌다. 정말 우연찮게도 이 영화 속 상황과 코로나19로 겪고 있는 현 상황들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그렇기에 이게 공감대를 줄 수도 있고, 자칫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개봉 시점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더 컸다.

아시다시피 '비상선언'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호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개봉을 검토했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올 1월도 검토했다가 결국 철회했다. '비상선언'을 관객들이 가장 안심하고 또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를 계속 염두에 뒀다.

-'비상선언'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에서 6분 가량 더 편집돼 개봉하는데.

▶한재림 감독이 관객들이 이 영화에 더 몰입하고 더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편집을 진행했다.

김도수 쇼박스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김도수 쇼박스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최근 쇼박스는 MCG로부터 14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회사인 MCG 주요 주주는 구글 의장인 존 헤네시, 야후 창업자 제리 양, 앤드리센 호로위츠 펀드의 마크 안드레센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왜 쇼박스에 투자를 했는가.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MCG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바탕으로 '플랫폼 오브 플랫폼'을 만드는 목표를 갖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기존에는 IT기반의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했다면, 이를 넘어서 메타버스와 NFT 등 웹3.0 시대를 여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그렇기 위해 웹3.0 시대에 필수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려 노력했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쇼박스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즉 MCG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투자자들이 메타버스와 NFT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생태계를 구축하하려는 투자를 하고 있고, 그 미래에 필수적인 콘텐츠로 K-콘텐츠를 눈여겨 봤고, 그 고민 끝에 쇼박스에 투자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쇼박스는 메타버스와 NFT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인지.

▶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콘텐츠 비지니스의 본질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슈퍼IP를 발굴하고 활용한 비지니스 생태계를 만든다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창작자들을 더 지원하고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 창작자들이 더 새롭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쇼박스가 크리에이터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밝힌 게 이런 뜻이다.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를 비롯한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기획부터 같이 작업을 하고 그렇게 탄생하는 슈퍼IP 지분을 보장한다.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작품과 그것을 활용한 메타버스나 NFT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또한 지분에 따라 분배한다. 이를 위해 기획창작집단을 만들 계획이고 현재 준비 중이다. 쇼박스와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은 성공을 거둘수록 쇼박스에서 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쇼박스는 투자배급사인데, 그렇다면 이제 기획창작집단과 같이 인하우스 제작을 늘려 콘텐츠 스튜디오로 변모하겠다는 뜻인가.

▶기존 방식대로 좋은 작품을 투자하고 배급하는 건 계속한다. 그와 별개로 쇼박스 내부에 인하우스 스튜디오 개념으로 콘텐츠 제작은 계속 하려 한다.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열어놓고 있고 진행 중이다. 드라마, OTT시리즈 등 40여편이 기획 개발 중이다.

-MCG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미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겨냥하는지.

▶MCG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유통에 대한 기대는 분명히 있다. 메타버스와 NFT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도 고민 중이고. 하지만 중요한 건 콘텐츠 비지니스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웹3.0 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비록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기 상황이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경기가 호전되면, 웹3.0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다. 지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쇼박스는 변화에 불이 붙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코인과 메타버스, NFT 등의 거품이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웹3.0시대에 어떤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인가.

▶그 비지니스 생태계 모델을 놓고 MCG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분명한 건 쇼박스가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건 콘텐츠 비지니스의 본질을 잃지 않고 좋은 작품들을 계속 만드는 것이다. 쇼박스는 슈퍼IP를 활용한 NFT 등 웹3.0 비지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크리에이터들과 기획부터 함께 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려 한다. 그런 창작집단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쇼박스 문을 적극적으로 두들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쇼박스도 적극적으로 그분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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