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예견된 '참사'... 평가전도 못 치르고, 한일전 패착까지

김명석 기자  |  2022.06.13 05:45
황선홍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황선홍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 한일전 역사에 남을 또 다른 '참사'가 나왔다.


황선홍(54)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에서 숙적 일본에 0-3 완패를 당했다. 최대 라이벌 일본에 3골 차 패배를 당한 데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U-23이 아닌 U-21 대표팀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굴욕적인 결과였다.

스코어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면에서도 굴욕적인 패배였다. 이날 한국의 전반 슈팅수는 2-8로 크게 열세였다. 유효슈팅은 단 1개도 없을 정도였다. 불운이 겹친 선제 실점 이후엔 민성준(인천유나이티드)의 선방 등으로 가까스로 실점 위기를 면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0-1이 다행일 정도의 전반전 흐름이었다.

후반 역시 한국은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오히려 2골을 더 실점하며 무너졌다. 패색이 짙어지자 선수들의 집중력마저 크게 떨어지는 모습까지 나왔다. 결국 한국은 그야말로 굴욕적인 완패를 당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 2020년 대회에 이은 '2연패' 도전도 무산됐다. 일본 언론이 "스코어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한국을 압도했다"고 자평할 정도의 경기였다.

U-23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황선홍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U-23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황선홍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회 전 과정을 돌아보면 '예견된 참사'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선은 지난 대회에 이은 우승을 향해 있긴 했으나, 제대로 된 평가전도 없이 대회에 임박해 출국길에 오르는 등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회 전부터 제기됐던 탓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출범한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 직전까지 단 한 번의 평가전도 치르지 못했다. 황 감독 부임 후 한 달 만에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대회 예선 3경기가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치렀던 유일한 실전이었다.

이후 세 차례 국내 소집 훈련이 있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평가전은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열린 예선 3경기 이후 8개월 만에 본선 무대에 직접 나선 것이다. 부임 시기나 예선 시기 등이 다르긴 하나, 앞서 대회 정상에 올랐던 김학범호가 예선과 본선 사이에 무려 6차례 평가전을 가졌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

결전지인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기 직전 역시 부침을 겪었다. 평가전은커녕 선수들 조기 소집조차 쉽지 않았고, 결국 선수단도 본진과 후발대 등으로 나뉘어 현지에서 합류해야 했다. 소집조차 쉽지 않은 상황 등에 대해 황 감독이 하소연할 정도였다.

12일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선제 실점을 허용하는 순간. /사진=대한축구협회 12일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선제 실점을 허용하는 순간. /사진=대한축구협회
선수 구성도 만만치 않았다. 대회와 K리그 기간이 겹치는 점을 고려해 선발에서도 한 팀에서 3명 이상은 뽑지 않는 걸 전제로 했고, 기본적으로 K리그 각 사령탑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선수들을 소집해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이한범(FC서울)이 부상으로 빠쳤고, 엄원상(울산현대)이 A대표팀에 '대체 발탁'되면서 사실상 빼앗기는 악재까지 더해졌다.

평가전을 치를 수 없으니 황 감독은 각자의 소속팀에서 꾸준하게 출전하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나머지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AFC U-23 아시안컵 예선에 나섰던 선수들 가운데 이번 본선에 함께 한 선수는 겨우 7명뿐. 나머지 16명은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는 이번 대회 실전에서야 처음 발을 맞춘 셈이다. 말레이시아(4-1승), 태국(1-0승) 한 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 다행히 결과는 냈지만 전술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두고도 악재가 여럿 겹쳤다. 수비의 핵심이던 이상민(충남아산)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전열에서 이탈했고, 주전 골키퍼 고동민(경남FC)과 정상빈(그라스호퍼)도 차례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더구나 일본은 지난 3월 친선대회에 참가하는 등 꾸준하게 조직력을 끌어올려 온 팀이었다. 만만치 않은 팀을 만나자 황선홍호가 무기력하게 무너진 배경이었다.

일본과의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일본과의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처럼 제대로 된 평가전도 치르지 못한 데다 선수 구성에서도 겪었던 어려움, 대회 중 온갖 악재까지 더해진 가운데 한일전에선 황선홍 감독의 '패착'과 선수들의 안일한 정신력마저 더해지고 말았다.

황 감독은 일본과 8강전에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변칙 전술을 꺼내 들었고, 이번 대회에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가장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던 조영욱(FC서울)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등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정작 전반부터 무기력하게 밀려버린 한국은 일찌감치 흐름을 일본에 내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조영욱과 수비형 미드필더 권혁규(김천상무)를 투입한 건 황 감독 스스로 자신의 선택이 패착이었음을 인정한 셈이었다.

'한일전답지 않았던' 선수들의 정신력도 아쉬움이 컸다.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공을 빼앗겨 실점 위기에 몰리고도 안일하게 수비로 복귀하거나, 점수 차가 벌어지자 영패를 면하기 위한 투지 대신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은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완패했다는 분석이 나올 만했다. 한일전 완패만큼이나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지점이었다.

이처럼 예견된 참사, 불가피했던 완패 속에 황선홍호는 대회가 한창인 시점에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도중에 귀국하는 건 2013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전 역사에 남을 참패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또 다른 굴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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