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이나 다름없던 '한 마디'... 이집트 2군조차 만만하게 느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  2022.06.15 05:45
14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이집트의 경기 전반전, 이집트 모스타파 모하메드(11번)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이집트의 경기 전반전, 이집트 모스타파 모하메드(11번)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격하는 면에선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평가전을 마친 이합 갈랄(55·이집트) 이집트 축구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다. 1-4로 완패하긴 했지만, 적어도 한국 수비를 상대하는 과정만큼은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전력이 사실상 2진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투호 입장에선 사실상 굴욕에 가까운 평가이기도 했다.

무대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집트의 평가전이었다. 이날 한국은 황의조(보르도)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김영권(울산현대) 조규성 권창훈(이상 김천상무)의 연속골을 앞세워 이집트를 4-1로 완파했다. 그러나 승리도, 다득점도 당연한 결과였다. '평가전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큼 이집트 전력이 크게 떨어졌던 탓이다.

손흥민(토트넘)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비롯해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날) 오마르 마르무시(슈투트가르트) 등 핵심급 선수들은 아예 입국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FIFA(국제축구연맹) 140위 에티오피아에 0-2로 완패했던 멤버가 주축을 이룬 데다, 앞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엔 발탁조차 되지 못했던 일부 선수들은 한국전을 통해 시험대까지 올랐다.

갈랄 감독이 "우리 팀엔 어리고, 또 중요한 경기에 뛰어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았다. 이들에겐 한국과의 평가전이 앞으로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경기였기를 바란다"고 설명한 것 역시 이집트 대표팀 입장에서 한국전은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위한 기회의 장이었다는 뜻이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벤투호 입장에서 의미 없는 평가전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이집트의 경기 후반전, 이집트 이합 갈랄(가운데)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이집트의 경기 후반전, 이집트 이합 갈랄(가운데)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처럼 뚜렷한 전력차 만큼이나 벤투호가 경기 내용면에서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황의조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 경기 초반 흐름이 오히려 이집트의 몫이었다는 건 불만에 가득 찼던 벤투 감독의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나마 전반 16분과 22분 연속골로 상승세를 탔지만 오히려 전반 38분 실점을 허용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나흘 전 에티오피아를 상대로도 골을 못 넣었던 이집트 공격진이 한국 수비를 뚫어낸 순간이었다.

1골 차 불안한 리드 속에서도 한국만큼이나 이집트 역시 만만치 않은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부터 패스미스로 상대에 역습 기회를 허용하거나 상대 공격수와 경합 상황에서 오히려 벤투호 수비진이 밀려버린 장면들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상대 체력이 급격하게 무너진 후반 막판에 연속골이 터진 뒤에야 벤투호는 1골 차 리드를 3골 차 완승으로 바꿨다. 이집트는 이틀 전 입국해 단 하루만 훈련한 뒤 이날 바로 경기에 나선 상황이었다.

앞선 A매치 3경기에서 거듭 도마 위에 올랐던 수비 불안이 이날 역시 어김없이 드러났다는 건 아쉬움이 컸다. 김민재(페네르바체) 공백에 앞서 살라와 마르무시 등 공격과 중원 모두 핵심들이 대거 빠진 팀을 상대로 수차례 위기를 맞이한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었다. 적장이 "공격엔 어려움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수비를 뚫기도 하고, 공격도 했다.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한 건 이날 이집트 2진 전력 입장에서 맞서 본 벤투호 수비는 '충분히 해볼 만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수비 불안에 대해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6월 A매치 기간 수비 불안은 보이지 않았다고 본다"며 "수비 쪽에서 실수들은 나오긴 했지만, 경기 중 실수는 당연히 나온다. 실수를 분석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자평한 건 그래서 더 고개를 갸웃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A매치 4연전 내내 같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데다, 전력차가 뚜렷한 팀을 상대로도 적잖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수비가 불안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에서 상대해야 할 우루과이나 포르투갈 공격진을 떠올려보면, 2진급 전력을 꾸리고도 "공격하는 과정에서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고 평가한 적장의 한 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을 비롯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진=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을 비롯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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