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부임 후 '단 한 경기'... 손흥민에게 허락됐던 '휴식'

김명석 기자  |  2022.06.14 05:45
손흥민(가운데)이 지난해 6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벤치에 앉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흥민(가운데)이 지난해 6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벤치에 앉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동안 3경기를 치렀어도, 상대가 2진급 전력을 구축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의 이집트전 출격을 어김없이 예고했다. 만약 실제로 선발로 나설 경우 지난 2일 브라질전을 시작으로 13일 간 4번째 선발 출전이다.


벤투 감독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집트와의 6월 A매치 평가전 4연전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된다"면서 "전술에 따라 왼쪽 윙어로 나서거나 투톱으로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29명의 이번 대표팀 소집 멤버 가운데 지난 2일 브라질전을 시작으로 6일 칠레, 10일 파라과이전으로 이어지는 3연전 모두 선발로 출전한 건 손흥민과 황인범(26·FC서울) 단 2명뿐. 다만 황인범의 경우 이집트전 휴식이 예정된 상태라 사실상 손흥민만 4경기 모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물론 손흥민은 유럽리그 시즌이 한창인 시기 장거리 이동 후에도 대표팀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던 선수였다. 경기 내·외적으로 벤투호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다만 강행군 일정 등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 앞서 벤투 감독이 직접 우려했던 대로 손흥민 등 유럽파들은 시즌을 마친 시기라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고, 손흥민은 특히 3연전 내내 수비 가담은 물론 상대의 집중 견제까지 받으면서 부상 우려마저 계속 잇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이집트전은 손흥민 등 핵심 선수들의 출전이 필요한 경기인지에 대한 의문마저 강하게 제기되는 경기이기도 하다. 상대 전력과 무관하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게 벤투 감독의 설명이지만, 이집트 대표팀은 손흥민과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비롯해 이집트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제외된 사실상 2진급 이하 전력인 탓이다.

12일 입국한 이집트 축구대표팀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훈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12일 입국한 이집트 축구대표팀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훈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실제 살라뿐만 아니라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이집트 대표팀은 나흘 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40위 에티오피아에 0-2로 완패했다. 여기에 당시 출전했던 공격수 오마르 마르무시(슈투트가르트)나 미드필더 에맘 아슈르(자말렉) 등 추가로 제외된 선수들이 있을 정도로 전력이 더 약해졌다. 이합 갈랄(이집트) 이집트 대표팀 감독이 "10∼11명 정도가 결장하지만, 한국을 상대하는 게 우리엔 좋은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에 평가전을 수락했다"고 밝힌 건 이집트의 전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한 마디다. 이번 평가전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부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반드시 출전해야 할 만큼 대표팀에 공격 자원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전방 공격수인 조규성(김천상무)이나 측면 자원인 엄원상(울산현대), 송민규(전북현대) 등 6월 A매치 기간 아직 선발 기회조차 받지 못한 선수들도 많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페네르바체)가 빠진 뒤에야 수비 플랜 B의 부재 등 민낯과 과제가 드러났던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번 경기는 차라리 공격진 실험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출전을 예고한 벤투 감독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또 다른 배경이다.

지난 2018년 9월 벤투호 출범 이래 벤투 감독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손흥민이 휴식을 취한 경기는 지난해 6월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2차 예선 '단 한 경기뿐'이었다. 당시에도 이번처럼 나흘에 한 경기씩 3연전을 치르는 일정이었는데, 벤투 감독은 "기존 A매치 기간과 달리 3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회복 기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평가전 4연전만큼은 1년 전과 비교해 회복 기간 등에 대한 벤투 감독의 생각이 크게 바뀐 모양새다.

가뜩이나 이집트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팀들과 스타일이 크게 다른 데다, 핵심 선수들마저 대거 빠진 탓에 평가전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마저 쏟아지는 경기. 이미 앞서 3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처럼 뛰었던 손흥민은 이번 경기 역시 어김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라과이 경기, 2-2 무승부를 거둔 대한민국 손흥민(오른쪽)이 벤투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라과이 경기, 2-2 무승부를 거둔 대한민국 손흥민(오른쪽)이 벤투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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