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복잡해도 '대한민국' 감독... 벤투 "포르투갈전도 프로답게"

파주=김명석 기자  |  2022.04.07 20:50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3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악수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 /AFPBBNews=뉴스1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3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악수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 /AFPBBNews=뉴스1
"같은 조에 같이 편성이 안 됐으면 했는데..."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한 가지 바람은 '조국' 포르투갈을 피하는 것이었다. 포르투갈은 포트 1에 속한 팀들 가운데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하고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8위)이었지만,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모두 경험했던 '조국'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마주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벤투 감독은 선수 시절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A매치 35경기에 뛰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의 결승골이 터졌던 한국-포르투갈전에는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은퇴 후엔 2010년부터 4년 간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다. 유로2012에선 4강으로 이끌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이후 그는 크루제이루(브라질)와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충칭 리판(중국)을 거쳐 2018년 한국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벤투호는 포르투갈과 함께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속했다. 벤투 감독은 조국을 상대로 16강 진출을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여기에 대표팀에서 스승과 제자로 연을 맺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사제 맞대결까지 앞두고 있다.

7일 파주NFC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7일 파주NFC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의 심경도 복잡했다. 그는 7일 파주 NFC에서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 결산 및 본선 조 추첨 관련 미디어 간담회에서 "포르투갈과는 같은 조에 편성이 안 되기를 바랐다. 이유는 다들 이해하기 쉬우실 것"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멘탈적으로 분명히 다를 것 같다. 조국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클럽팀에서 전 소속팀과 상대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아무래도 조국을 상대하니까 다른 감정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선수와 감독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보긴 했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조국의 축구대표팀을 상대로 승리에 도전해야 하는 얄궂은 상황은 처음이다 보니, 앞서 다른 경기들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들 것이란 얘기다. 더구나 한국과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마주하는 상황. 어쩌면 단 한 장의 16강 진출 여부를 놓고 맞대결을 펼쳐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으면서도 벤투 감독은 냉철함만큼은 잊지 않았다. '다들 이해하기 쉬우실 것'이라는 표현처럼 누구든 복잡한 심정이긴 하겠지만, 결코 그 이상은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쨌든 자신의 역할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이라는 의미다.

벤투 감독은 "그래도 프로로서 경기에 접근할 것이다.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대로 상대를 분석할 것"이라며 "(조국이긴 하지만) 하나의 경기일 뿐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심경이 복잡할 수는 있어도 경기가 시작되면 더 평소처럼 경기가 진행될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긴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옛 제자인 호날두와 맞대결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호날두는 전 세계에서도 뛰어난 선수이자 내가 지도했던 선수 중 최고의 선수"라면서도 "그러나 한 선수만 대비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호날두는 최고의 선수이긴 하지만 한 명의 선수가 아니라 모든 선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내심 조국 포르투갈과 동반 16강 진출이라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미 앞서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함께 16강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산투스 감독은 벤투 감독이 선수 시절 막바지 사제의 연을 맺었던 사령탑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이 아무래도 16강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면서도 "나도 산투스 감독과 같은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7일 파주NFC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파울루 벤투(왼쪽)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7일 파주NFC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파울루 벤투(왼쪽)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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