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총재 후보 작심발언 "팬을 섬겨야 한다, 횡포·갑질과 싸울 것"

김우종 기자  |  2022.03.12 03:31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후보. /사진=뉴스1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후보. /사진=뉴스1
야구인 출신 최초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후보로 추대된 허구연(71) MBC 해설위원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팬'이었다. 그는 "아직 총재로 선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평소 품어왔던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KBO는 11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22년 4차 이사회를 열고 "허구연 위원을 제 24대 KBO 총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KBO는 "향후 개최될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 3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허 위원은 KBO 총재로 선출된다"고 설명했다.

KBO의 발표 직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허 위원은 "큰 책임감을 느낀다. 많이 부족하지만 총재 후보로 추천해주신 구단 관계자 분들께 감사하다. 아직 총회 선출 과정이 남아있어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게 조심스럽다"면서 "제 꿈은 해설자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야구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총재로 추천을 해주셨다. 만약 선출해주신다면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허 위원은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한국 야구의 역사를 함께한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KBO 총재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 재계 인물 등이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하는 총재'로서 야구계의 많은 지지를 받은 끝에 허 위원이 총재 후보로 추대됐다.

이제 허 위원은 구단주 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면 전임 정지택(2월 8일 사퇴) 총재의 임기였던 내년 말까지 KBO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아직 총재 최종 승인 과정이 남아있는 관계로 허 위원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허 위원은 '팬', 그리고 '산업화'를 강조했다.

허 위원은 " 유영구 전 총재(17대~18대·2009년 2월24일~2011년 5월2일)와 구본능 전 총재(19~21대· 2011년 8월22일~2017년 12월31일) 임기 때 KBO에서 일을 함께하면서 많은 걸 보고 느끼며 배웠다. 사실 저처럼 기업을 경영해보지 않은 사람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구 전 총재 시절에 KBO가 전산화 및 회계·재무 등 많은 시스템을 정비했다. 많은 게 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먼저 팬 퍼스트를 강조하고 싶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구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건·사고도 많았으며, 국제대회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팬을 위한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팬을 섬겨야 한다. 그러려면 선수들은 프로다운 높은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야구계 전체가 합심해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실야구장. /사진=뉴스1 잠실야구장. /사진=뉴스1
허 위원이 또 강조한 건 '프로야구의 산업화'였다. 그는 "스포츠의 산업화에 있어 걸림돌이 많다. 예를 들어 잠실야구장 광고 수익은 연 18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각각 약 21억원 정도씩 수령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거의 횡포이자 갑질에 가깝다. 서울시 예산이 얼마인가. 과거 고(故) 김종락 전 대한야구협회회장이 재임 기간 중인 1978년 현금 1억원을 서울시에 전달하고 잠실구장 건립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안다. 구단들이 그동안 운동장 사용료도 꾸준히 내왔는데, 프로 구단은 그럼 어디서 돈을 마련하겠는가. 만성 적자로 가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1:1:1' 수준으로 적절한 배분이 이뤄줘야 한다고 본다"면서 작심하고 견해를 피력했다.

허 위원은 "공연 등은 문화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스포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스포츠가 들어가지 않는가"라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 스포츠는 절대 산업화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총재가 되면 계속 뛰어다니면서 서울시장, 정부 관계자들도 만나야 한다. 이는 야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축구와 농구, 배구 등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 위원은 총회의 승인을 받는다면 취임식을 열고 야구 팬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각오 및 포부와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허 위원은 경남고, 고려대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을 거치며 선수 생활을 했다. 1985년 10월부터 1986년 8월까지는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감독도 역임했다. 1987년에는 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로 활동했으며, 1990년부터 2년간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코치 생활도 했다. 야구 행정에서도 두루 경험을 쌓았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야구협회 이사를 맡았고, KBO 규칙위원장과 기술위 부위원장, 야구발전위원장, 아시아야구연맹 기술위원회 위원장, KBO 총재 고문 등 한국 야구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KBO 10개 구단 대표이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2년도 KBO 4차 이사회에 참석해 차기 총재 선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BO 10개 구단 대표이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2년도 KBO 4차 이사회에 참석해 차기 총재 선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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