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이례적인 '작심 비판'... UAE전 패인 '내부'에 있었다

김명석 기자  |  2022.03.30 05:45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런 얘기는 처음 하는 것 같습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단단히 뿔이 났다.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0-1 충격패 직후 기자회견장에서다. 벤투 감독은 "오늘 보여준 모습들은 이전까지 해왔던 게 아니다.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태도 모두 실망스럽다"고 선수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무대는 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 최종전이었다. 이날 한국은 조 1위와 무패 통과를 목표로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하고도 UAE에 0-1로 충격패를 당했다. 최근 맞대결에서 6연승을 달리던 UAE에 패배한 건 16년 만의 일이다.

특히 불과 닷새 전 이란을 2-0으로 완파한 팀이 맞나 싶을 만큼 벤투호의 경기력은 그때와 너무 달랐다. 77%가 넘는 볼 점유율은 상대의 두터운 수비와 빠른 역습 앞에 무의미했다. 골대를 두 차례나 강타한 '불운'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흔들리거나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크고 작은 실수 등은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물론 벤투 감독도 실망하게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그러나 부상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선수단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다거나, 골대에 막힌 두 차례 슈팅 등 불운 등 변명 대신 '내부'에서 패인을 찾았다. 골자는 이날 그라운드를 누볐던 정신력, 특히 지난 24일 이란전과는 너무 달랐던 선수들의 태도였다. 스스로 "이런 얘기는 처음 하는 것 같다"고 언급할 만큼 이례적인 '작심 비판'이었다.

2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전에서 경기 중 지시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2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전에서 경기 중 지시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는 "축구는 매번 경기장에서 싸워줘야 하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명확하게 우리가 잘 못한 경기였다"면서 "(플레이오프라는) 목표를 따내기 위해 UAE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상대가 가진 것만큼 같은 행동이나 야망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충만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선발 라인업이 지난 24일 이란전과 비교해 골키퍼 단 1명만 바뀌었는데도 졸전에 그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국은 2-0이라는 스코어는 물론 압도적인 경기 내용과 투지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는데, 불과 닷새 뒤 UAE를 상대로 한 경기력은 당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의 이례적인 비판을 통해 선수단에 비판을 가한 이유다.

물론 벤투 감독은 "저부터 책임이 있다"면서 감독으로서 이날 패배에 대한 책임감을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미래에 오늘처럼 축구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5일 전(이란전)처럼 하고 싶은지는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날, 벤투호에 던져진 과제였다.

한편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23점을 기록, 이란(승점 25점)에 이어 조 2위로 월드컵 본선에 나서게 됐다. 벤투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는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베이스캠프 등을 사전답사한 뒤, 오는 4월 2일 오전 1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 참석한다. UAE에 졌지만 한국은 포트3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UAE전 0-1 패배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UAE전 0-1 패배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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