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1번' 송진우 아들 안되고, '삼진아웃' 강정호는 되고? 소름돋는 이중잣대

김동윤 기자  |  2022.03.18 17:00
강정호가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4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강정호가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4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음주 운전만 3차례 일으킨 '전과자'의 복귀에 '명분'은 애초에 없었다. 그나마 '실리'라도 선택했다면 극소수의 팬들은 이해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실익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구단 차원에서 직접 강정호(35) 복귀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 그의 후회 없는 선수 생활 마무리를 위해서였다.


키움은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구단은 이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 연봉은 최저 연봉"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고형욱(51) 키움 단장은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SSG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열린 인터뷰에서도 "강정호도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두 번 더 통화해 설득했다"면서 "과거 단장일 때(2017~2018년)부터 생각했다. 2년 전(2020년) 영입을 시도했다가 안 좋게 끝났는데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같았다"고 말했다.

복귀 이유로는 어려운 시기의 히어로즈에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던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키움은 오로지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프런트, 코치 등 다른 방법도 아닌 선수로서 복귀를 결정했다.

문제는 기회를 말할 정도로 강정호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음주운전 적발만 무려 3번(2009, 2011, 2016년)이다. 그나마 앞선 두 번의 음주운전은 처음엔 묻혔고, 잠정 은퇴의 원인이 됐던 2016년 사건의 경우 대형사고를 유발할 뻔한 장면이 서울 삼성역 CCTV로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이때 법원은 음주운전 삼진 아웃 제도 대상자인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내렸다. 뒤이어 KBO는 2020년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에게 임의탈퇴 복귀 후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부과했다.

2020년 기자회견 당시 강정호./사진=뉴시스 2020년 기자회견 당시 강정호./사진=뉴시스


강정호 스스로 복귀를 시도했던 2년 전은 차라리 '실리'라도 있었다. 기량이 녹슬지 않았던 한창 때의 만 33세 선수였다. 하지만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강정호는 복귀 시도가 좌절된 후 야구 선수로서 운동은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내년이면 만 36세의 선수가 4년의 실전 공백을 메우기는 매우 어렵다. 키움도 이를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 점을 복귀의 명분으로 삼았다. 고형욱 단장은 "(그라운드를 떠난지) 3년이 지났고 유기 실격 1년을 포함하면 4년이다. 야구 선수가 4년간 뛰지 못하는 것만한 징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이면 강정호도 (우리 나이로) 37살이다. 선수로서 기량을 기대하기보다는 야구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작 깊은 생각이 필요한 질문에는 간단한 답으로 갈음했다. 음주운전 3회를 저지른 선수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점은 배우면 안 된다"고 말했고, 팬들을 향해서도 "죄송하다. 강정호 선수도 반성하고 있다"고 끝냈다. 지난해 음주운전을 일으켜 방출된 '송진우 아들' 송우현(26·전 키움)을 향한 소름 돋는 이중잣대에 대해서도 "송우현은 지난해의 일이고, 강정호는 3년간 야구장을 떠나 있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넓게 이해해본다면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강정호를 품어줄 수 있는 구단이 키움밖에 없는것은 맞다. 과거 강정호 덕분에 울고 웃었고 선후배들에게도 좋은 사람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음주운전 3번으로 팬들의 행복했던 추억을 흑역사로 만들었고, 후배들로부터 존경받을 이유를 스스로 내던졌다. 강정호의 복귀 하나로 2년 전 끝난 줄 알았던 히어로즈 팬들의 상처는 되살아났고 키움은 숱한 잘못도 감싸주는 구단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이 모든 것이 '전과자' 강정호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키움이 자초한 일이다.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키움은 누구를 위한 구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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