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터널스' 전반부는 지루하고 후반부는 더 지루한 레종 데트르

전형화 기자  |  2021.10.29 09:50
전반부는 지루하다. 후반부는 더 지루하다.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페이즈4를 위한 설명들이 많아 그렇겠지만 과유불급이다.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 페이즈4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영화다. 마블세계관의 우주적인 존재 셀레스티얼이 모습을 드러내 MCU를 확장시킨다.

10명의 이터널스는 은하계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에게서 지적생명체를 죽이는 데비안츠로부터 지구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7000년 전부터 인류를 보호해왔다. 이터널스는 인류의 숱한 전쟁과 갈등을 묵묵히 지켜봐왔다. 타노스 같은 외계의 침략도 외면한 건 오로지 데비안츠와 싸움에만 나서라는 셀레스티얼의 명령 때문이었다.

7000년의 세월 동안 이터널스 사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뿔뿔이 흙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이터널스들은 사라진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다시 돌아오자 뭉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이터널스의 진정한 목적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터널스'는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라차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셀마 헤이엑, 젬마 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합류해 일짜감치 한국팬들의 기대가 컸다. '노마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 및 감독상,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서사가 어떻게 흐를지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공개된 '이터널스'는 MCU 페이즈4 시작으로선 손색이 없다. 마블 특유의 떡밥 회수와 새로운 떡밥 심기에도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간의 유쾌하고 발랄했던 마블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이터널스'의 그리스 비극 같은 서사 방식은 낯설 것 같다.

'이터널스'는 존재의 이유(레종 데트르)에 대한 이야기다. 힘이 있어도 끔찍한 현실을 외면해야 하는 영원의 슈퍼히어로들. 자신들의 감정을 속이고 숨겨왔지만 7000년의 시간이 흘러 비로소 감정과 관계 사이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내고 또 갈등하는. 이윽고 마주친 진실 앞에서 각자의 선택을 하는. 그리하여 영원의 존재(이터널스)에서 사랑으로 유한의 존재가 되는 이야기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터널스의 레종 데트르를 그리스 비극처럼 풀었다. 황량한 감정들과 사랑으로 얻게 되는 구원. 영원에서 유한으로의 선택. 선택과 선택의 다툼. 그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 문제는 이런 방식의 서사와 마블영화의 유쾌하고 발랄한 감성의 충돌이다. 종종 엇박자가 난다.

액션의 비중은 낮다. 슈퍼히어로 액션을 풀어내는 방식은 파워레인저 같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한 바구니에 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듯 싶다. 마동석과 안젤리나 졸리 액션은 볼거리다.

'이터널스'는 마블영화들 중 가장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려 했던 것 같다. 마블 최초로 청각장애 슈퍼히어로가 등장해 수화로 대화한다. 그 역할은 실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배우 로런 리들로프가 맡았다. 마블 최초로 흑인 남성 동성애자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아이를 키우는 동성 부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았다. 동성 키스신도 마블 최초로 선보인다. 이터널스를 이끄는 리더는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진다. 백인 슈퍼히어로 뿐 아니라 흑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슈퍼히어로가 함께 한다. 이 같은 정치적인 올바름과 연대는 향후 MCU페이즈4의 방향성인 듯하다.

'이터널스'는 MCU페이즈3를 갈무리하며 페이즈4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우주로 이야기가 확장되다 보니, 전 우주의 지적생명체 절반을 없애려 했던 타노스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페이즈4는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들과 우주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가 병행되며 점점 더 확장될 듯 하다.

한국 관객들에겐 마동석이 반갑다. 마블은 강하고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운 마동석의 이미지를 '이터널스'에서 잘 뽑아썼다. 마동석과 캐스팅이 신의 한수인 안젤리나 졸리와의 호흡은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래서 아쉽다. 방탄소년단 팬들에게는 방탄소년단 이야기와 음악이 '이터널스'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기쁠 것 같다. 한국 대중문화가 마블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니 한국 관객들에겐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히로시마 장면은, 일본의 피해자 의식을 그대로 담아 한국관객들에겐 불쾌한 감정을 줄 수 있다.

쿠키영상은 두 개다. 아는 만큼 반갑고 기대가 클 것 같다.

11월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낮은 수위의 이성 베드신이 등장하고 동성 키스신이 등장하는데 12세 이상 관람가다. 한국영화와는 사뭇 다른 잣대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것인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유독 관대한 것인지.

추신2. 해리 스타일스와 블랙나이트를 아는 관객은 환호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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