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위원. /사진=뉴스1
[한국야구, 길을 묻다] ① 김성근 ② 김인식 ③ 허구연 ④ 이순철 ⑤ 이승엽
"선배로서 안타깝고 미안하다. '내 잘못'이라 해주고 싶다."
KBO 리그 '레전드'이자 '홈런왕'인 이승엽(45) SBS 해설위원(KBO 홍보대사·기술위원)이 후배들에게 따끔한 일침과 따뜻한 격려를 동시에 남겼다. 비판은 감수하되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야구 외적으로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위원은 방송 해설자로 이번 도쿄올림픽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중계하며 아쉬움을 함께 맛봤다. 2008 베이징 금메달 멤버이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다. 올림픽 이후 분위기도 잘 알고 있다.
이 위원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실 (대표팀) 전력은 역대 최고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금메달을 딸 것이라 이야기를 했다.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결과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일본전이나 도미니카공화국전 모두 박빙 승부를 하다 졌다는 점이다. 작은 미스가 있었고, 투수가 무리해서 2이닝씩 막기도 했다. 선수층이 얇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안 좋은 분위기에서 대회에 나간 데다 결과도 나빴다. 비판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승엽 위원은 "올림픽 이후 야구에 대한 말이 많다. 이름값에 비해 거품이 많다고 한다.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프로다. 프로이기에 야단을 맞을 것이 있으면 따끔하게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대신 다시 기회가 왔을 때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한다. 다시 실패하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무조건 비관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쿄 참사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승엽 위원.
이어 "예전보다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기도 싫다. 나도 프로 선수 출신이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밖에 안 되지 않나"면서 "다만, 예전과 비교해 아쉬움은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고의 모습이 안 나온다면 어떻게 해서든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겠으나 더 노력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이승엽 위원을 대변한 문장이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정점이 섰던 선수다. 평범한 노력으로 가능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전설'이자 '대선배' 입장에서 비판만 한 것은 아니다.
이승엽 위원은 "나도 실수를 했다. 이승엽이라고 하면 아직도 '사인' 이야기를 하지 않나. 나는 프로였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실수를 했다. 나는 지금도 야단을 맞고 있다. 당연히 인정하고 있다. 후배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며 자신부터 되돌아봤다.
이승엽(오른쪽) 위원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결승 투런포를 터뜨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는 모습. 쿠바와 결승에서도 선제 투런포를 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FPBBNews=뉴스1
팬 서비스도 강조했다. 이승엽 위원은 "시대가 변했다. 예전에는 늘 '야구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제는 옛말이 됐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야구만 잘하면 됐던 선배들과 다르다. 후배님들이 팬들에게 더 다가가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내가 선수 출신이기에 선수 편을 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며 "선수도 힘들 때가 있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팬들께서, 그리고 미디어에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도 남겼다.
끝으로 이승엽 위원은 "최근 선수들이 많은 질타를 받았다. 나도 선수였고, 지금은 기술위원이다. 선배들의 잘못이 많다. 후배들에게 '내 잘못이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큰 짐을 지게 한 것 같아 안타깝고 미안하다. 야단 맞을 것은 맞으면 된다. 주눅들지 않고 좋은 플레이를 해줬으면 한다. 어차피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